[한경데스크] '전·월세 상한제'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8-21 17:43   수정 2013-08-23 09:43

김태철 건설부동산부 차장 synergy@hankyung.com


3세기 말 로마제국은 오랜 전쟁으로 재정이 파탄 직전이었다. 잦은 천재지변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았지만 황제들은 정복전쟁을 일삼았다. 식량 배급 등 ‘무상복지’ 비용도 나라살림을 거덜나게 했다. 화폐 가치는 급락했고, 시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301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재위 285~305)는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물품과 용역의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칙령을 내린 것. 하지만 가격이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탓에 곡물 출하가 급감했고, 시민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다.

영국 속담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시장경제 질서를 역행해 대중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 정책도 대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말은 전혀 딴판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행 길

프랑스 대혁명 지도자였던 로베스피에르(1758~1794)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혁명 여파로 생필품 값이 급등하자 대중의 인기를 얻을 속셈으로 우유 값을 강제로 반으로 내려 최고가를 정했다. 최고가를 어기는 업자는 단두대로 끌고가 처형했다. 우유를 팔아 손해를 본 목축업자는 젖소를 도살해 고기로 팔았다. 젖소가 줄자 우유 생산량이 급감했고, 우유 값은 더 뛰었다. 로베스피에르는 다시 사료 값을 반으로 내렸다. 그러자 사료업자는 목이 잘리느니 사료 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그 바람에 사료 값은 3~4배 뛰었고, 우유 값은 10배나 폭등했다.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가격통제’라는 포퓰리즘의 유혹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도입을 요구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그것이다. 일종의 ‘임대료 통제’인 전·월세 상한제는 제1·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유럽과 미국에 도입됐다.

전시(戰時)에는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비상사태가 끝나면 그 당위성도 사라진다. 미국에서도 뉴욕시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임대료 통제가 없어졌다. 시세보다 낮게 내놔야 하니 임대물건이 급감했고, 집 주인도 돈을 들여 보수할 처지가 못돼 임대주택의 질은 갈수록 떨어졌기 때문이다. ‘낡아 빠진 회색빛 외벽, 깜빡이는 전등,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계단….’ 영화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뉴욕 할렘가도 이렇게 빈민가로 전락했다. “도시를 파괴하는 데 폭격 다음으로 좋은 수단은 임대료 통제”라는 경제학자들의 조롱이 생겨났다.

미국·독일에서 배워야 할 교훈

일부 선진국의 임대료 통제 내용도 우리와 사정이 맞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미국과 독일은 재정 지원을 받아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에만 적용한다. 독일 민간임대주택은 3년간 최대 20% 임대료 인상이 가능하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전시 비상책’인 임대료 통제의 후유증 탓에 극심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차근차근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20~40%로 늘렸다. 그래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5%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전·월세 상한제를 시작한다면 맨몸으로 ‘전셋값 폭등’이라는 불 속에 뛰어드는 격”(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의 ‘전·월세 상한제 빅딜’이 불가피하더라도 실시 시기를 최대한 미루고, 실시 대상을 일부로 제한하고,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의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하는 까닭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시장을 순행하는 길이라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김태철 건설부동산부 차장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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