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에도 당근을…행복한 사람이 만드는 꿈의 애니메이션

입력 2013-08-22 15:29   수정 2014-05-16 17:45

Best Practice - 애니메이션 돌풍의 주역 '픽사'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모든 팀원이 미완성 결과물 공유…피드백 주고받으며 실패 극복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퀵보드 타고 출근하고 2층 침대 놓인 사무실서 근무…픽사 대학서 무술·데생 등 공부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보안관 인형 우디와 자신이 진짜 우주전사라고 믿는 인형 버즈의 모험을 담은 ‘토이스토리(Toy story)’는 탄탄한 스토리와 실감나는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봉 첫주 주말 수입만 2910만달러(약 324억1800만원)에 달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1억9000만달러, 세계적으로는 3억6000만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는 1980년대 초 컴퓨터 과학자인 에드윈 캣멀과 디즈니에서 해고된 존 래스터가 만든 픽사가 선보인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이었다. 픽사는 첫 작품인 토이스토리 이후 ‘벅스라이프’ ‘인크레더블’ ‘업’ 등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놀라운 성과를 낸다.

계속된 성공에 회사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1986년 루카스필름으로부터 1000만달러에 픽사를 인수했다. 잡스는 2006년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거물로 성장한 픽사를 월트디즈니에 74억달러를 받고 팔았다. 20년 만에 740배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실패 용인…동료와의 협력도 중시

단 한번의 실패도 없는 픽사의 성공은 제작 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 덕에 가능했다. 픽사에서는 프로토타입(원형)을 만들어 시도하고 학습한 뒤 재도전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월E’ ‘업’ 등을 감독한 피트 닥터는 “픽사의 모든 영화는 그 제작 과정에서 모두 실패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 4개월마다 다른 감독들에게 보여준다. 그들은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해준다. 닥터 감독은 ‘업’을 만들면서 존 래스터, 앤드루 스탠튼, 브래드 버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업의 주인공 칼의 첫 모습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며 “다른 감독들의 조언 덕분에 세상 물정 모르는 퉁명스러운 노인인 동시에 호감 가는 인물로 변해 영화에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견을 모아보면 우리 팀이 생각해내지 못한 점을 발견하고, 더 훌륭하게 고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이나 고위직들만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팀원이 미완성 결과물을 함께 공유한다. 픽사에서는 이를 ‘여럿이 모여 좋은 아이디어를 더 많이 쌓아올리는 작업을 같이한다’는 뜻으로 ‘플러싱(plus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서로 배려하며 어떻게 하면 동료를 더 근사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비난을 받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은 없다. 서로 피드백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문화 덕분이다. 랜디 넬슨 픽사대학 학장은 “함께 실패할 수 있고, 함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성공 모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영화도 사후 평가를 통해 고칠 점을 찾는다. 사후 평가란 프로젝트가 종료된 시점에 전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되돌아보며 평가하는 것이다. 이때 ‘다시 한다면 다르게 할 5가지’와 ‘다시 해도 똑같이 반복할 5가지’를 확인한다.

어떤 일이 계획대로 제대로 작업이 된 빈도, 다른 부서로 넘긴 일이 정확히 잘 마무리됐는지 등도 조사해 데이터를 발표한다. 단순한 억측이 아니라 구체화된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누굴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에드윈 캣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회장은 “아무리 잘된 영화라도 사후 평가를 해보면 분명히 배울 점, 고칠 점이 있다”며 “그런 것이 없다면 사후 평가는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최고의 자원은 ‘행복한 직원’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것도 픽사의 특징이다. 행정직, 기술직, 경영진은 물론 건물관리 직원까지 모두 사내 교육기관인 픽사대학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토이스토리’가 완성될 무렵 에드윈 캣멀과 존 래스터는 최고의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입사원 경력사원 모두에게 다양한 방면의 학습 기회를 줘야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픽사대학이 설립된 까닭이다. 현재 픽사대학은 즉흥연구부터 데생, 무술 등에 이르는 110여개의 다양한 강좌를 제공한다. 직원들은 1주일에 4시간씩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게 자율성도 보장한다. 픽사의 본사는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캠퍼스’로 불리는 픽사의 본사에는 사무실, 스튜디오, 작업실, 수영장, 배구코트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있다. 직원들은 일을 하다가 수영장에 가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신다.

픽사의 킥보드 전통은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대변하는 풍경이다. 한 직원의 아이가 회사에 놀러오면서 킥보드를 탔던 것을 계기로 픽사 스튜디오에는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직원이 늘어났다. 경주용 트랙이 생겼고, 기록을 재서 벽에 표시하면서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픽사 본사에서는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인 사무실과 책상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것도 특징이다. 각자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꾸미는 것을 권장하면서 2층 침대나 이발사 의자가 놓인 자리, 칸막이 대신 낙하산이 차지한 자리 등 각양각색의 사무실이 탄생했다. 픽사 지분을 매각하기 전 잡스는 “누군가가 픽사의 건물을 보고 세계 최고의 본사라고 하면 이는 실패한 것”이라며 “기업의 본사가 아닌 직원들의 집이 되길 바랐다”고 말하곤 했다.

픽사가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즐겁게 일해서 사기가 올라가는 것이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비결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를 감독한 브래드 버드는 “예산에 직접 포함되진 않지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직원들의 사기”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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