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옳을까요

입력 2013-08-23 14:02  

"역사 왜곡 대응하려면 우리 역사 알아야"

"시험을 위한 역사 교육은 큰 의미가 없어"

대입 수능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넣어야 하느냐가 또 다시 논란거리다. 역사교육 강화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의무화하는 게 꼭 옳은 방향이냐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한국사는 2005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2005년 국사 선택 비율은 27.7%였으나 2013년 수능에서는 7.1%로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린 상태다. 최근 학생들의 부족한 역사 인식을 감안해도 필요하다는 게 찬성하는 쪽 주장이지만 이를 꼭 수능 의무화를 통해서만 달성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자주 바뀌는 수능에 또 다른 변화를 주는 건 수험생들에게 부담만 주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고등학생의 과반이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알고 있는 현실에서 역사교육 강화는 필연적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가속되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의 극우화와 역사부정에 맞서기 위해서도 역사 공부를 더 이상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인문계 대입에서 중국사를 필수로 하고 일본에서도 일본사의 대입 선택 비율이 40%인데 한국의 국사 선택 비율은 지나치게 낮다”며 필수과목 지정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진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입시에 어떤 과목이 들어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호 경북대 사학과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현재 서울대만 한국사 과목 성적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대학 진학생들은 사실상 한국사 과목을 포기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요즘 학생들의 한국사 인식은 한심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 등 한반도 주변의 역사 분쟁이 심화돼 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석대 조법종 교수는 “중국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역사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육에 손을 대더니 결국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한국사를 만들어 버렸다”며 한국사 교육 정상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반대


나인호 대구대 역사학과 교수는 “시험을 위한 역사교육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자칫 정치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능 필수 과목 채택에 반대한다. 나 교수는 “역사교육 과정에 담긴 이론과 현장 교사들의 교육학적 고민은 시험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며 시험을 위한 역사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아무리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그 방법상의 문제점을 덮을 수는 없다”며 “학생들의 역사지식 수준이 낮다고 해서 수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로 하자는 안이한 생각이야말로 역사교육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 그때마다 역사교육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권의 기회주의적 공약과 현장의 실태를 외면한 채 무분별한 교육 정책들을 쏟아내는 일부 교육학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이다.

박철웅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과거 대입에서 국사가 필수였을 땐 역사 인식에 문제가 없었나?”라고 반문한다. 그는 지식 중심의 수업 방식 그리고 암기식 평가 등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족한 것은 역사 수업시간이나 관심이 아니며 수능 필수화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시간을 가르쳐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필수과목 주장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찬성론은 단순 암기식 공부라도 어쨌든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 학생들이 반강제적으로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론은 역사야말로 단순 암기가 아닌 어떤 내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핵심적인 과목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청소년 시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교육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청소년들이 단순 암기가 아닌, 심도 있는 현장 학습을 통한 토론식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국사교육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계는 분명히 인식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

단순 암기식 국사교육이 무의미하다거나 때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수능 필수화를 하지 않는 것이 하나다. 또 다른 대안은 점수를 따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공부하더라도 어쨌든 고교를 졸업하고 나면 한국사의 큰 줄거리는 학생들의 머릿속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떤 역사 해석이 잘못되거나 왜곡됐다는 걸 따지고 연구하고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일단 역사 자체에 대한 큰 그림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의 큰 줄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역사 해석이나 인식을 아무리 이야기해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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