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한일 갈등, 한국 경제 괜찮나

입력 2013-08-23 15:50  




현대일본학회와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주최로 20, 21일 이틀간 부산 시클라우드호텔에서 2013년 하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동아시아 지역 재균형에 따른 일본의 정치경제 변화’를 주제로 1부 일본의 정권교체와 정책변화, 2부 동아시아 지역 거버넌스와 한일 FTA 순서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대부분 학자들은 최근 한일 관계가 심각한 위기 국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달 초 일본을 다녀온 K교수는 “일본 현지에서 만난 한일 관계자 모두 양국 관계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필자가 아는 재일교포들도 한일 갈등이 ‘재앙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한일 관계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양국 정상회담조차 안 열렸다. 기대했던 8월15일 행사에서도 양국 모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달 17~18일 일본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아베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친 행위에 대해 응답자의 62%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도 급격히 보수우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본의 대 중국 경계감이 반한 분위기 확산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중국과 일본의 대국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지경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도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 중국, 일본에 비해 아직 한참 멀었다. 양국의 국토면적, 인구, 자원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중일과 대등한 국력을 갖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일간 감정 대결이 감정만으로 끝나면 괜찮다. 문제는 경제 문제로 확산될 때다. 일본의 업계나 식자층에선 이젠 더 이상 한국과 경제협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한국 투자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반한 기류도 감지된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일본인은 한일FTA가 왜 필요하냐고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앞두고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경상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외환사정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IT,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선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외부 위기에 태연할 만큼 안정돼 있다고 보진 않는다. 한국 사회는 복지 확대냐, 성장이냐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내년엔 적자 예산을 편성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황도 악화일로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엔 복병이 너무 많다. 복지 확대, 동반 성장 다 좋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정부 예산이 펑크가 난다면 무슨 돈으로 서민들 돕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외에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할 악재가 잔뜩 산적해 있다. 국가의 방향타를 잡을 여야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경제력을 키워가고 있고, 일본도 다시 성장세를 되찾고 중국에 맞서 군비 증강에 나섰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자칫 일본과의 감정 싸움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한국경제에 예기치 않은 위기가 몰려올 수 있다. 경제는 현실이다. 감정을 앞세워선 안 된다. 한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중국 환상론’은 더욱 위험하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일본과 당당하게 맞서려면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 이른 시일내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선진국이 될 기회가 영원히 안 올수도 있다.


여야 모두 정쟁에서 벗어나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사실상 성장을 하지 못했다. 15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정체된 저성장 국가다. 성장 없인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이나 고령층을 위한 복지 확대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한국경제가 약해지면 일본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당시 일본에 달러화와 엔화를 구걸한 전례도 있다. 또 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할 것인가.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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