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거래라고 단가 후려치기 단정 못해…기업 규제 없애야"

입력 2013-08-27 17:18   수정 2013-08-28 03:54

납품가 후려치기의 진실

조동근·빈기범 명지대 교수 '납품가 인하' 분석 보고서

NVH코리아, 현대차에 납품후 10년새 14배 성장
대기업·中企 거래는 '성장의 사다리' 역할 입증




#. 제철소용 설비를 만드는 KC코트렐은 포스코의 1차 협력사다. 2005년부터 광양제철소에 쓰이는 유해가스 집진설비를 만들어 포스코에 공급하고 있다. 2004년까지는 별 볼일 없는 중소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매출은 500억원 남짓, 영업이익은 20억원에도 못미쳤다. 하지만 포스코와 협력관계를 맺은 지 7년이 지난 작년 KC코트렐은 매출 3321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 자동차 실내 내장재를 만드는 NVH코리아(옛 일양산업). 2001년 매출 268억원 정도인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그해 현대자동차와 거래를 튼 뒤부터 고속성장을 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3500억원으로 2001년보다 14배 가까이 늘었다. 실적만 좋아진 게 아니다. 국내 공장(충남 아산, 경북 경주) 외에 중국, 인도, 러시아에도 공장을 지어 글로벌 자동차 부품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진실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은 ‘불평등’과 ‘불공정’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말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 대기업은 늘 중소·중견기업을 착취하고,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깎으려 든다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 이 때문에 KC코트렐과 NVH코리아 등의 성공 사례도 예외적인 사례일 뿐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27일 조동근·빈기범 명지대 교수의 분석 보고서는 이런 인식이 편견이란 점을 실증적 데이터로 보여준다.

조 교수 등의 분석 결과는 한마디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관계는 착취가 아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큰 독립기업(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조 교수 등은 이런 주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독립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집단을 △중소기업법상 대기업 △재벌집단 계열사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결과는 독립기업이 세 기업집단과 거래하는 비중과 ROA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조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손해를 본다면 지속적인 거래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기업과의 거래가 중소·중견기업엔 ‘성장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뿌리 깊은 반기업정서가 문제
그렇다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란 인식이 팽배한 이유는 뭘까. 조 교수는 “2010년 정권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며 “대기업의 성공을 ‘그들만의 잔치’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이때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민주화가 지난 대선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은 모든 사안을 ‘대기업은 악(惡)’이란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사실이 아닌 왜곡된 표현이 ‘표(票)퓰리즘’과 맞물려 정책화됐다는 얘기다.

실제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심각하다는 인식 아래 여야는 지난 4월 국회에서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대기업의 단가 인하, 발주 취소, 반품 등 부당 행위에 대해서도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하고 △중소기업 업종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권을 주는 게 골자다. 재계는 이에 대해 “환율 변동에 따른 정상적인 단가 인하 요구까지 부당한 행위로 몰아가는 등 독소조항이 많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원·하청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중견기업 간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빈 교수는 “몇몇 기업이 하도급 관계에서 부당행위를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하도급 관계를 ‘단가 후려치기’로 몰아서는 안된다”며 “편견에서 출발한 기업 규제를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 등의 이번 분석 보고서에 대한 반박도 있다. ROA를 분석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대표적이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ROA는 자산 대비 순이익률을 측정한 것이어서 단가 후려치기 여부를 파악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며 “중소기업이 생산한 원가와 대기업에 납품한 단가를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납품단가 후려치기 실태를 파악하려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없었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 등의 분석이 만약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있다면 수익성은 악화됐을 것이란 가정 아래 ‘모 아니면 도’ 식의 결론을 도출했다는 반박이다.

이태명/정인설/전예진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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