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위기의 경제, 타락한 정치

입력 2013-08-27 17:54   수정 2013-08-27 22:10

정쟁 속에 말라붙는 경제 근력
시장제도도 흔들리는 병적 상황
역사를 열 정치 리더십 필요해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지난번 박근혜 정부가 연소득 4000만~7000만원 봉급생활자들에게 평균 16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려던 세법개정안이 대통령 스스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후퇴선언을 함으로써 단숨에 철회되고 말았다. 이것이 관철됐다면 5년간 8조원을 더 걷을 수 있었다고 한다. 새 정부 경제팀이 몇 개월간 정성들여 준비해 박근혜 표 복지재원 135조원의 불과 6%를 마련하려던 시도가 첫발부터 이렇게 좌절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살림에 어떤 ‘망조(亡兆)’가 깃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복지를 늘리려면 당연히 그만큼 세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마 앞으로 한 푼의 세금도 더 걷기 어려울 것 같다. 한국 경제의 세수능력은 금년 상반기 10조원 이상이 축나도록 이미 고장나 있으며, 경제성장이 닫혀 있는 현실에서 기업의 법인세, 월급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세, 부가가치세, 소비세, 기타 어떤 세수도 앞으로 이보다 나아지리라 기대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이 점점 무책임해져 가는 사실에 있다. 이번 세법은 국민이 누릴 복지권리에 비해 전혀 과중하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상 국민 다수가 정말 이 법을 부당하다고 보았는지, 그럴 여론이 형성될 겨를이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세법은 나오자마자 야당이 ‘중산층 세금폭탄’이라고 선동했다. 이어 언론이 이를 충실히 보도해서 순식간에 ‘세금폭탄 법’이라는 이미지가 덮어 씌어졌다. 결국 사사건건 정권이 실패하기를 획책하는 야당 의도대로 여론은 조성되고 사흘 만에 대통령이 손을 들어 악법임을 추인한 꼴이 됐다. 이렇게 정치가 타락하면 국민은 자신의 책임을 자각할 기회를 잃고, 점점 공짜를 탐닉하고 손톱만한 부담도 거절하는 몰염치한 국민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작금에 보여지는 복지·재정의 수렁은 한국 경제의 총체적 위기국면을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우리는 과거 40여년에 이룬 압축성장만큼 빠르게 이제 ‘압축쇠퇴’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과거 서구사회는 수백년간 부의 기반, 중산층, 국민수준 등을 이뤘으나 한국은 이를 단숨에 급조해 모두가 살얼음판처럼 얄팍하다. 국민은 초고속으로 노령화하고, 기업의 설비 투자나 국민 저축은 해마다 감소해서 경제의 체력은 쇠락 일로에 있다. 부동산 거품에 얹혀 이뤄진 중산층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경제의 생명원이 되는 자유주의 이념과 시장제도, 기업가 정신, 국민의 책임의식 등이 급격히 무너지는 중이다. 이 병적 상황들은 지체될수록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 지금 이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혁신을 한다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경제성장시대의 창조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주저앉아 얼마 전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의 경고처럼 ‘서서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중대한 시기에 국정 책임을 자임한 정치가들에게 어떤 역사적 소명과 책무가 따르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127명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70여개의 국가정보원 댓글을 문제 삼아 몇 달째 국정조사로,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반정권 선동투쟁으로 소일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다고 말하는 정부 여당은 실상 시장과 기업에 역행하는 경제민주화법이나 증세 없는 복지공약 따위에 매달리고 있다.

흔히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이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우리는 정치의 질(質)이 국민을 변화시킨 사례를 더 많이 봐 왔다. 1960년대 한국인은 나태하고 무기력한 민족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 등장 후 자신 있고 생산적인 국민으로 변했다. 1990년대 민주화시대가 전개된 후에는 자율과 책임을 갖는 민주시민의식 대신 나눠먹기, 무책임, 불법투쟁이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0년대 우리 국민은 다시 대한민국 역사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 선택의 순간에 처해 있다. 이 결단의 시대에 여야 정치집단이 어떤 리더십이나 선동으로 국민을 인도했는지 미래세대가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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