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재계의 하소연을 엄살로 들어선 안돼

입력 2013-08-28 18:10   수정 2013-08-29 03:07

기업 투자 감소는 과도한 규제 탓
기업을 정치 희생물 삼아선 곤란
대통령, 재계 의견 자주 들어야

김정호 수석논술위원


수석논설위원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는 늘 어색하다. 힘을 겨뤄야 체면이 서는 야당 대표 정도라면 모를까, 대통령과 마주앉으면 대부분은 말을 아끼게 마련이다.

기업인들은 더욱 그렇다. 정제되지 않은 말 한마디가 자칫 회사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어서다. 인사말까지 메모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읽어 내리는 총수가 적지 않은 이유다. 5공 시절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불운을 겪은 한 대기업 총수는 폭설로 청와대 만찬에 지각한 것이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밉보인 이유였다며 이를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 설마 그랬을까 하지만 지어낸 얘기는 아니다. 어쨌든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만남은 예나 지금이나 딱딱하다.

그러나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오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재계가 발언 수위를 제법 높인 모양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발언시간을 늘려줘도 덕담만 건네던 총수들이다. 불편한 자리에서 볼멘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은 그만큼 하소연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기업인들은 요즘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태 말이다.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나라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사명감은 간 곳이 없다. 호가호위해 재계를 윽박지르는 것이 그들의 일이 돼버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머징마켓 위기가 한국 경제를 위협해도 대안은 없다. 기업을 독려해 경기를 진작시켜야 할 시점에 오히려 기업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규제로 옭아매겠다는 것이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지난 10여년간 반(反)기업정서를 부채질한 정부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기업들이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물론이고 친기업이라던 이명박 정부마저 동반성장을 앞세워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활력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가 지금 곤두박질치고 있는 잠재성장력이다. 이번엔 경제민주화다. 기업들이 무엇을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골목상권 보호, 동반성장, 경제민주화법 등 정치권과 정부의 끝없는 압박에 기업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뒤 1년간 하루 한 건꼴로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니 오죽하겠나. 대통령은 앞으로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 살리기라고 천명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따로 논다. 경제민주화 법안은 국회에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고, 정부는 한 술 더 떠 터무니없는 상법 개정안으로 굿판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상법개정안도 신중히 검토해 많은 의견을 듣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구시렁거리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재벌 총수에 손을 벌린다고 경제가 살아나느냐는 비아냥에서, 재벌 총수를 만나 구걸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문제는 여당에도 그런 반응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상법개정안에 대해 악의적 왜곡과 오도를 일삼는 일부 세력이 있다며 정부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이라는 한 의원은 상법개정안을 반대하는 여당 의원이 재벌가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니 여러 가지를 감안해 들어야 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고 한다. 기업 총수들의 하소연을 엄살쯤으로 여기고,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발언만 일삼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니 기업의 투자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이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쇠귀에 경 읽기다.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단초는 기업의 투자 감소였다. 기업의 투자는 생각보다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투자는 의지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사업의 기회가 있으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돈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이 기업이다. 기업이 선도적인 투자에 나서고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는 선순환의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기업 회장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개별적인 만남도 좋다. 기업 총수들의 애로를 듣고 물꼬를 터주는 일은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김정호 수석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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