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상법 개정안 방향 옳을까요

입력 2013-08-30 14:32  





"재벌 전횡 막고 소수 주주 보호 위해 필요"

"사적 자치에도 어긋나고 기업 경영권 위협"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재계와 정치권의 공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 내로 제한해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집행임원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모두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소액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강화한 것들이다. 재계에서는 상법개정안이 대주주의 손발을 묶는 차별법으로 기업 소유와 경영권을 통째로 부정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감사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할 경우 2~4대 주주들이 합심하면 회사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도 장악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법 개정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화하려는 움직임에 대기업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상법 개정안은 경제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이라며 일부에서 개정안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오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를 고치고 견제 장치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작동하도록 만들어 대기업을 글로벌 기업이자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키우자는 게 이번 상법 개정안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상법 개정안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서구에서는 지배주주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보다 10배, 20배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기에 이번 개정안처럼 사소하고 미미한 규제를 둘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상법 개정안 후퇴는 재벌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며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재벌의 감사위원 임명권 제한과 집중투표제는 경영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최근 정부의 수정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이사와 감사위원 별도 선출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지만 투명 경영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자율실천이 그동안 안돼왔기 때문에 법으로라도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반대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재계다. 대한상의 전경련 경총 은행연합회 등 19개 경제단체는 8월 중순 상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이 개별 기업의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받아들이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해당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계 펀드나 경쟁기업들에 의해 기업 경영권이 농락당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국부유출, 기업가치 훼손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상법개정안을 둘러싸고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혜훈 의원이 찬성하는 것과는 달리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과도하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 등 문제 소지가 커서 최근 당정청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상법개정안에 반발하고 있고 내용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게 과한 측면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 대상이 아니다”며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헌법 119조2항은 경제민주화의 실천수단으로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 조화’를 열거하고 있는데 상법 개정의 핵심인 기업지배구조 관련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방지는 헌법상 경제민주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하기


대주주의 횡포로부터 소수주주 내지는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운동은 위환위기 이후 꾸준히 있어왔다. 이를 토대로 각종 관련법에서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견제하기 위한 규정이 이미 생겼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현재도 각종 법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대기업의 횡포나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다 보면 기업경영에 공적인 영역, 다시 말해 각종 규제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기업활동의 자유 내지는 자율경영권 보장을 어느 선에서 조화시켜야 하느냐는 과제가 대두된다는 얘기다.

소수주주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기본인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생기게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경제민주화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 논쟁들도 결국 그 적정선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것들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찬성론자들은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의 경우 무조건 대주주 자율에 맡겨서는 제대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대하는 이들은 단순히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사적자치라는 자본주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선다.

생각건대, 이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대주주의 의미 자체를 무색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는 대주주의 횡포 방지를 위한 다른 규제가 있는 나라는 많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포이즌 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도 동시에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방어장치가 아직 구비되지 않는 국내에서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을 규제하는 조치는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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