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버섯같은 바위기둥 삐죽삐죽, 벌집처럼 구멍 숭숭 바위산…지구 속 또 다른 별로 '우주여행'

입력 2013-09-01 16:44   수정 2013-09-01 23:18

스타워즈 촬영지 터키 카파도키아

낙타·가족바위…요정들의 굴뚝, 만화영화 스머프 배경되기도
탄압 피해 몰려든 초기 기독교 신도들 수많은 동굴 파고 신앙생활 한 곳
동틀 무렵 딱 한 번 운행하는 열기구 타면 별천지 한눈에




내가 있는 이곳이 과연 지구가 맞을까. 아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종종 봤던 화성이라고 하면 차라리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조각이라도 해놓은 것 같은 버섯 모양의 바위 기둥들이 이곳저곳에 솟아 있다. ‘기암괴석’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바위들도 눈 닿는 곳마다 널려 있고 바위산에는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적갈색 토지가 대지 끝까지 이어진다. 터키 한가운데 자리잡은 카파도키아다.

○스머프, 스타워즈의 배경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앙의 고원지대를 아우르는 지명이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때 생긴 작은 왕국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라는 뜻의 고대 페르시아어 ‘카타파투카’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 지명이다. 터키 지도 어디를 찾아봐도 카파도키아라는 이름은 없다. 관광 목적으로 과거의 이름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지금의 네브셰히르주와 카이세리주 사이에 넓게 펼쳐져 있다. 남한 면적의 4분의 1(약 2만5000㎢)에 이르는 크기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관광 중심지는 네브셰히르주에 속한 괴레메, 위르귀프 지역이다.

카파도키아를 대표하는 것은 ‘이국적’이란 표현을 넘어 ‘다른 행성 같다’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특유의 풍경이다. 자연의 동굴을 이용해 만든 주거지와 교회, 거대한 지하 동굴 등도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볼거리다.

낙타바위, 가족바위가 유명한 데브렌트 계곡이나 ‘요정들의 굴뚝(Fairy Chimney)’이란 별명이 붙은 파샤바으 계곡을 가보면 버섯 모양의 바위 기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형은 화산과 빗물,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가장 높은 에르지예스산(3917m)과 하산산(3268m)에서 수백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이 일대를 뒤덮었다.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이 풍화·침식되면서 지금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버섯 모양의 바위는 뾰족한 사암 기둥 위에 응회암이 지붕처럼 올라붙은 모양인데 두 암반의 풍화·침식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처럼 희한한 모습이 형성됐다. ‘스머프’를 만든 벨기에 작가 페요는 파샤바으 계곡을 보고 스머프 마을의 생김새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으흘랄라 계곡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보고 지구가 아닌 다른 곳을 떠올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살던 동굴

카파도키아 어디에서나 바위에 뚫린 동굴집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고 일부는 식당이나 숙박시설로 개조돼 지금도 이용할 수 있다. 바위에 집을 만들었던 이유는 이 지역의 평균 해발고도가 1000m를 넘는 데다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가 지반을 덮고 있어 커다란 나무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른 응회암이 바위를 이루고 있어 굴을 파기도 쉬운 편이다. 역사적으로 카파도키아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로였던 탓에 이곳 사람들은 항상 전쟁과 약탈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주거지로 동굴을 선택했던 것이다. ‘뾰족한 바위’란 뜻을 가진 우치히사르는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성채로 아파트 10층 높이에 이르는 바위에 수백개의 동굴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1950년대 이후 안전을 문제로 동굴에서 사는 것이 금지됐다고 한다. 대신 동굴을 개조해 식당이나 호텔로 쓰는 것은 허용된다.

전 세계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 목적으로 카파도키아를 찾는 것도 동굴 때문이다. 서기 1세기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가 로마 대화재 사건으로 기독교인들을 지목하면서 이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박해를 피해 이곳을 찾은 기독교인들은 지하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살며 신앙생활을 유지했다. 괴레메에서 남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데린쿠유가 대표적이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쿠유는 최대 3만명이 6개월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깊이는 88m에 이른다고 하지만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부분은 절반 정도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가 끝없이 이어지다가도 교회 용도의 넓은 홀이 나오기도 했다. 통로가 좁은 것은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다. 로마 병사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 맷돌 모양의 거대한 바위도 볼 수 있다. 데린쿠유는 주택, 교회, 학교, 부엌, 동물 사육장, 무덤까지 도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워낙 구조가 복잡한 데다 길도 좁고 금세 방향감각을 잃기 십상이어서 표지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실제로 관광객이 실종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수도사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던 곳이다. 4세기 이후 금욕적인 삶을 사는 기독교 수도사들이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대한 바위에 굴을 파 교회와 주거 시설을 만들었다. ‘어둠의 교회’ ‘사과 교회’ ‘뱀 교회’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교회들을 볼 수 있다. 교회 안에는 예수와 성인들의 삶을 프레스코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훗날 이슬람 국가가 들어서면서 상당수 그림들이 훼손됐다. 으흘랄라 계곡에서도 교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열기구, 동굴 호텔…이색 체험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열기구를 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원리를 이용한 열기구의 특성상 하루에 한 번 동이 틀 무렵에만 운행한다. 열기구 한 대에 대개 24~28명이 탑승할 수 있다. 파일럿은 열기구를 이리저리 움직여 바위산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갔다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일을 반복한다. 땅에서 보는 풍경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에르지예스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물론 수십대의 열기구가 차례로 떠오르는 모습도 장관이다.

카파도키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동굴 호텔도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가격에 따라 괴레메 야외 박물관 정도의 시설부터 오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어떤 곳을 가더라도 동굴 특유의 냉기와 습도를 체험할 수 있다.

카파도키아=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여행팁

카파도키아로 가려면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를 타야 한다. 비행기를 탈 경우 네브셰히르와 카이세리 중 한 곳을 택하면 된다. 관광지와 가까운 곳은 네브셰히르지만 비행기 편수는 카이세리가 더 많다. 이동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다. 카이세리 공항에서 다시 1시간가량 차를 타고 가야 괴레메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이동하면 12시간가량 걸린다.

카파도키아는 평균 해발고도가 1200m에 이르는 고원지대다. 한여름에는 35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반면 한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한여름에도 일교차가 15~20도씩 나기 때문에 긴팔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카파도키아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우기 직전인 9~10월이라고 한다.

한국에 알려진 터키 음식은 ‘케밥’(정확히는 도뇌르 케밥. 케밥은 불에 구운 요리를 통칭한다)밖에 없지만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음식’으로 손꼽힐 만큼 오래된 역사와 맛을 자랑한다. 카파도키아의 명물은 항아리에 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어 천천히 익혀 먹는 테스티 케밥이다.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특산품으로는 와인과 카펫을 꼽을 수 있다. 질 좋은 포도가 생산되는 덕분에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손꼽히는 와인 산지라고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수공예 카펫은 터키를 찾는 전 세계 정상들에게 선물로 제공할 정도로 이름났다. 괴레메 북쪽의 아바노스는 도자기로 유명하다.

터키의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단, 3월 마지막 주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는 서머타임이 적용돼 6시간 느리다. 공식 화폐는 터키리라(TL)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달러와 유로화를 모두 쓸 수 있다. 1TL은 8월16일 기준 578.78원이다. 220V 전기를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던 전자기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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