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핀란드 간판' 노키아, 결국 美 MS에 팔리다

입력 2013-09-06 14:13  


핀란드의 자존심이자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렸다. MS는 노키아의 휴대폰사업 부문을 72억달러(약 7조8926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MS는 휴대폰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데 50억달러, 노키아가 소유한 특허에 대해 22억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MS는 노키아가 보유한 특허를 10년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노키아라는 브랜드명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노키아 주주와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인수 작업이 끝나면 핀란드 본사에 속한 4700명을 포함해 노키아 휴대폰사업부 직원 3만2000여명도 MS로 옮긴다.

#노키아, 한때 휴대폰시장의 지존

한때 휴대폰업계 1위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령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당 판매량이 10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9분기 동안 50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지난해 말에는 본사 건물을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 인수로 인해 MS는 애플처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단말기 하드웨어를 함께 만드는 역량을 갖추게 돼 모바일업계 전쟁이 가속해질 전망이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함으로써 스마트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 등과 직접 경쟁하게 돼 스마트폰 시장과 모바일 OS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MS의 노키아 인수는 오래전부터 예상됐다. 노키아가 모바일 OS로 MS의 윈도폰을 채택한 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밀려 위기에 처하면서 “노키아가 망하면 MS가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MS, 휴대폰도 직접 만드나

현재 MS 윈도폰(OS)을 탑재한 스마트폰(이것도 ‘윈도폰’이라 부름)을 만드는 메이커는 사실상 노키아뿐이다. 삼성과 대만 HTC가 한두 개 모델을 내놓았지만 시늉뿐이다. 노키아마저 윈도폰을 포기하면 MS는 모바일 OS 시장에서 설 땅을 잃는다. 더 중요한 이유는 MS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하드웨어 사업을 직접 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MS는 ‘PC 시대’에는 윈도 OS 판매만으로 20년 이상 ‘PC 왕좌’에 앉았다. 모바일 시대에도 이런 방식으로 주도권을 유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결정적 계기는 2007년 아이폰 등장이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MS는 윈도모바일이라는 OS를 삼성 LG 등에 공급했고 삼성은 ‘옴니아’라는 폰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나온 뒤 삼성은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이 윈도모바일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아이폰(OS는 iOS)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키아 엘롭, MS CEO 유력

이 무렵 MS 간부인 스티븐 엘롭이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돼 핀란드로 갔고 엘롭은 6개월도 안 돼 자사 심비안을 버리고 MS 윈도폰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엘롭에 대해 “MS가 보낸 트로이 목마”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노키아는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MS가 자금 지원을 약속하자 윈도폰을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MS가 지원한 자금은 ‘독이 든 사과’가 됐다. 노키아는 ‘루미아’란 브랜드의 윈도폰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외톨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MS는 윈도폰이 고립되자 애플처럼 하드웨어 사업을 직접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애플처럼 OS도 만들고 이를 탑재한 기기도 직접 만들고 싶어했다. 때마침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 두 경쟁사가 OS와 기기를 모두 만드는 형태의 진용을 갖췄다.

#MS, 하드웨어 실패로 승부수

MS가 노키아를 인수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하드웨어에서는 기술, 노하우, 영업망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MS는 애플 아이팟터치에 맞서 ‘준(Zune)’을 내놓았다가 실패했고 ‘킨(KIN)’이란 스마트폰도 만들었지만 출시 두 달 만에 접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회사를 ‘디바이스와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한 뒤에 내놓은 ‘서피스’ 태블릿이 실패한 것이다. MS는 에이수스 등 파트너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피스를 만들었지만 판매 부진으로 2분기에 9억달러를 손실 처리해야 했다.

MS는 최근 스티브 발머가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뒤 후임자를 찾고 있다. 유력 후보로 엘롭도 거론됐는데 엘롭은 이번 인수로 친정에 복귀해 CEO 자리를 노리게 됐다. MS는 하드웨어 사업을 아는 엘롭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MS가 디바이스를 주력 사업으로 꼽은 것은 PC 시대가 저물면서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을 만회할 분야로 디바이스(하드웨어)를 선택했고 기술, 노하우, 영업망 등을 보강하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했다.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김보라 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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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노키아 합쳐도 안드로이드 진영 흔들기엔 역부족"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때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였던 핀란드 노키아를 인수함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 판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자(loser)인 노키아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패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아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더 중요한 것은 OS 개발사들이 모두 기기까지 직접 만든다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기 메이커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애플은 iOS라는 모바일 OS도 만들고 이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만든다. 안드로이드 OS 개발사인 구글도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애플과 마찬가지로 OS와 기기를 모두 만드는 형태를 갖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해 윈도폰 OS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폰(OS와 기기 모두 ‘윈도폰’)도 만들어 판매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폰을 계속 만들지 구글과 결별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구글이 지금처럼 안드로이드 공급사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런 상황이 깨지지 않는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해 윈도폰을 직접 만들어 판다 해도 시장을 흔들기는 어렵다. 윈도폰 판매 대수가 적으면 윈도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이 부진할 것이고, 좋은 앱이 부족하면 소비자가 외면해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삼성 등 메이저 메이커들이 윈도폰 진영에 복귀하지 않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결합은 ‘루저+루저=루저’로 끝날 수 있다.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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