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시 '차별화' 주장…왜 워런 버핏은 안 믿나

입력 2013-09-08 17:29   수정 2013-09-09 00:22

한국은 캐시 플로 건전국
경상수지 흑자에 자금유입 지속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 schan@hankyung.com



지난 주말 끝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구전략 추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빠르면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그 추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은 또 하나의 경기안정대책이기 때문에 당사국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별다른 충격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양적완화 추진 과정에서 값싼 자금(cheap money)이 많이 들어왔던 신흥국은 사정이 다르다. 출구전략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대책이기 때문에 자금흐름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금을 비롯한 귀금속, 미국 국채, 신흥국 등에 양적완화 추진 과정에서 들어갔던 자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제2의 외환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외환위기가 태국 바트화에서 비롯된 탓이다. 위기를 한번 당하면 나중에 사정이 좋아지는 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시달리는 ‘낙인효과’다.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설’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은 지금은 1990년대 후반 상황과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아시아 국가 공통적인 내부문제에서 비롯됐다. 특정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인접국으로 확산하는 ‘전염 혹은 나비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로 인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캐시 플로’ 문제다. 스톡 면에서 외환보유액, 플로 면에서 경상수지에 어려움이 없다면 같은 신흥국에 속했더라도 전염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 여부가 더 중요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화와 경상수지를 감안하면 같은 신흥국이라도 세 가지로 분류된다. 두 지표에 문제가 없는 ‘캐시 플로 건전국’으로 대만과 중국, 한국 등이 꼽힌다. 이미 위기 조짐이 일고 있는 ‘캐시 플로 불건전국’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터키 등이 속한다. 두 국가군의 중간 단계로 자체적으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으나 특정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전염 우려가 있는 ‘캐시 플로 중립국’으로는 브라질과 필리핀 등이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투자가용자금이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금과 미국 국채, 일부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과 국채(혹은 주택저당증권) 매입규모를 축소한다 하더라도 Fed가 제공하는 본원통화는 나오기 때문이다.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져 시중 자금이 퇴장되지 않는다면 자금의 속성상 어디론가 투자된다.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수익처다.

출구전략 추진 이후 양적완화 과정에서 풀린 자금의 흐름은 세 가지로 예상된다. 이미 안전 선호 자금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제자리를 찾고 있다. 출구전략 피해가 작고 갈수록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프런티어 마켓에는 고위험·고수익 추구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위험·중수익 추구 자금은 캐시 플로가 건전한 신흥국에 머물거나 신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 추진에 따라 예상되는 자금이탈과 자금유입 간의 각각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조합(3×3 매트릭스)하면 아홉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신흥국만 따진다면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적은 캐시 플로 불건전국과 중립국을 제외한다면 캐시 플로 건전국과 성향별 자금유입 간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좁혀진다.

캐시 플로 건전신흥국에 안전 지향 자금이 들어와 주가가 올라가고 통화 가치가 절상되면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다. 하지만 투기성이 강한 고수익 추구자금이 들어와 주가와 통화 가치가 오르면 차별화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통화 가치가 절상돼 경기가 침체되면 거품 발생이 촉진돼 후에 자금이 빠지면서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때 외자유입에 따른 주가와 통화 가치 상승은 차별화가 아니라 착시현상이자 ‘안전통화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통화 저주란 미국 버클리대의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처음 주장한 용어다. 특정국 통화 가치는 교역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여건에 비해 고평가되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만큼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추진 전후 캐시 플로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적정수준 이상의 외환보유,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수지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기대까지 겹치면서 ‘신흥국과는 다르다’는 차별화 주장에 의외로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안전 추구 자금이 들어온다면 차별화가 맞지만 투기성이 강한 자금이 들어온다면 이 주장은 나중에 국내 투자자에게 더 큰 화(禍)를 초래할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포인트 이상의 ‘디플레 갭’이 예상될 만큼 완전치 못하다. 매트릭스 기법으로 유망 투자처를 판단하는 워런 버핏이 아직까지 한국 투자에 주저하는 이유다.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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