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리'에 빠진 장애인 응원대장 이종호 회장

입력 2013-09-10 18:22   수정 2013-09-11 00:43

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와 11년째 '동행'

'노래 한 곡 연습에 6개월' 공연 보고 감동
국제대회 참가비 등 지원…10일 정기공연



“내 귀엔 그 친구들의 목소리가 천사의 소리처럼 들렸어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봅시다.”

2003년 5월 어느 날, 이종호 JW중외그룹 회장(81)은 박구서 사장(당시 홍보담당 상무)을 급히 호출했다. 전날 서울 잠실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에 다녀온 이 회장은 행사장에서 봤던 장애인 합창단을 급히 수소문해 볼 것을 지시했다. 박 사장은 “말은커녕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중증장애인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에 상당한 감동을 받은 듯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 회장의 ‘특명’을 받은 박 사장은 홀트 일산복지타운의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후원결연을 맺은 ‘영혼의 소리로’와 JW중외그룹의 인연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작곡가 주영훈 씨의 진행 속에 열린 ‘영혼의 소리로 정기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도 초대 손님으로 참여했다.

뇌병변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정신장애 언어장애 등의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에게 합창은 매번 힘든 도전이다. 정상인과 달리 노래 한 곡을 익히는 데 1주일에 3번씩 연습해도 꼬박 6개월이 걸린다.

1999년 홀트 일산복지타운이 장애인의 잠재 능력을 일깨워 재활 의지를 높여주기 위해 만든 ‘영혼의 소리로’는 2003년 이 회장을 만나면서부터 변화를 맞았다. 직접 후원회장까지 맡은 이 회장은 합창단원들에게 ‘마음씨 좋은 소나무 할아버지’로 통한다. 시간날 때마다 홀트일산복지타운을 찾아 합창단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직접 선물도 나눠준다. 덕분에 제약사 오너인 이 회장은 뜻하지 않은 공짜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다. 유명 제약사 회장이 중증장애인들과 격의 없이 식사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일산 탄현동의 한 삼겸살집 주인이 식사비를 받지 않은 것. 회사 관계자는 “감동은 전염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2009년 이 합창단을 청와대에 초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정기 기부금은 물론 공연장 섭외, 합창단의 대외활동까지 챙기고 있다. 2009년 합창단이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안톤 브루크너 국제합창대회’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았지만 비싼 비행기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자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 청와대와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 항공사에까지 협조를 구해 비행기표를 해결했다. 그해 ‘영혼의 소리로’는 특별연주상과 특별지휘자상을 받았다.

창단 때 막내였던 김현군 씨는 이제 솔로 파트를 맡는 청년으로 성장했고, 대화를 꺼려 ‘얼음공주’로 불렸던 한 단원은 미소로 관객의 박수에 화답하는 숙녀가 됐다.

박 사장은 “처음에는 도와줘야겠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매해 공연을 볼 때마다 정서적으로 오히려 도움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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