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소니식 혁신' 심상찮다…워크맨 만든 혁신 DNA 되살아나나

입력 2013-09-12 14:57  



"이름이 이상하다" "녹음 기능도 없다" "이런 제품을 어디에 쓰냐"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처음 내놓았을 때 내부 구성원들과 시장의 반응은 모두 차가웠다.

회사에서는 소니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녹음 기술을 사장시키려 한다며 반대했다. 시장에서는 영어 문법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이름의 기기라며 비꼬았다. 대다수가 "이런 제품이 과연 되겠어?" 라는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모리타 아키오 당시 소니 사장은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개인용 휴대 카세트 기기'라는 전에 없던 제품을 탄생시켰다. 워크맨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상의 전환이 낳은 최고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 몸통 없는 카메라·머리에 쓰는 뷰어 '눈길'

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 소니가 워크맨을 낳은 특유의 혁신법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붙였다 뗄 수 있는 형태의 '카메라 렌즈', 머리에 쓰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는 '개인용 디스플레이' 등 기존에 없던 제품으로 판을 흔들겠단 의지다.

시장에서는 워크맨 출시 때와 마찬가지로 의구심 담긴 시선을 보내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가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 IFA2013 개막을 앞둔 독일 베를린. 소니는 전 세계 취재진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새로운 카메라인 QX10과 QX100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언뜻 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제품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카메라 시장을 살리기 위해 소니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본체가 없이 렌즈만 있는 형태로, 촬영할 때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카메라 본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QX100의 경우 일반 콤팩트 카메라보다 4배 이상 큰 1.0 타입의 대형센서를 탑재했고, 두 제품 모두 고해상도, 광학줌, 광학식 손떨림 방지, 풀 HD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전문가급 DSLR 카메라에서 렌즈만 분리했다고 보면 된다.

이 제품은 또 소니의 엑스페리아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른 회사 스마트폰에도 연결할 수 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스마트폰을 강력한 전문 카메라로 변신시켜 줄 것"이라며 "소니 부활의 상징이 될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간담회에서는 머리에 쓰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3세대 제품도 공개했다. 이 제품을 TV 또는 PC, 모니터와 연결한 뒤 머리에 쓰면 0.7인치에 불과한 디스플레이에서 최대 750인치 화면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극장에 가지 않고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 게임 등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소니에 따르면 2011년 나온 1세대 모델은 일본에서 공식 발매 전 예약판매 3일 만에 모든 수량이 품절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5월에는 증가하는 주문량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주문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국내에서 출시한 2세대 모델도 3회분 물량까지 모두 매진됐다"고 말했다.

◆ 실적 개선 힘입어 혁신 DNA 다시 꿈틀

소니가 '신기한' 제품을 내놓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워크맨 이후 무모하다 할 정도로 이색적인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부팅 전에 사용자가 그래픽코어를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노트북,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연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소니는 과거부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색적인 시도를 해 왔다"며 "당장 시장에서 쓰이진 않지만 미래에 활용가능한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전 분야에서 삼성, LG전자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모바일에서는 애플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면서 혁신 시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4년 연속 계속된 적자 늪에서 소니도 더 이상 앞 뒤 가리지 않는 시도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 해까지도 소니는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궁지에 몰려있었다.

올해 들어 가즈오 사장의 강력한 변화 의지와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 정책이 맞물리며 소니의 혁신 DNA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초에는 비록 절반의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차세대 TV인 초고화질(UHD)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결합한 4K OLED TV를 선보였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보다 몇 개월 늦게 이번 IFA를 통해 UHD OLED TV를 발표했다. 소니는 이 행사에서 곡면형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깜짝 공개했다.

IFA에서 소니 부스를 둘러본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준비를 잘 한 것 같다"며 임원들에게 "꼭 한번 둘러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스마트 워치) 시장에서도 소니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며 전 세계 주목을 받았지만, 소니는 이보다 먼저 스마트 워치를 선보인 바 있다. 조만간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후속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소니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기술 자랑만 늘어놓는데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기술로 무장한 소니의 반격이 이번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난 2분기 387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소니에 힘을 실어준다.

삼성은 11일 열린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소니를 필두로 한 일본 전자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1시간 가량 강연을 듣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권 연구원은 "소니는 가전에서 모바일, IT기기까지 골고루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유리하다"며 "새로운 제품들이 당장 큰 파급력을 발휘하진 않겠지만 몇 년 뒤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나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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