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이마트 20년…유통혁신·가격혁명은 계속된다

입력 2013-09-13 07:09  

국내 유통업계에 '상시 저가' 개념 첫 도입

상품 진열대 높이 낮추고 최저가격 보상제 도입
'한국형 할인점'으로 승부

농수산물 산지 직매입…유통단계 단순화




“제가 구멍가게를 하나 차리려고 하는데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993년 10월. 정오묵 당시 신세계 할인점사업팀장은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를 찾아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좋다는 날을 받고 복비를 치른 뒤 나가려는 순간 점쟁이는 그에게 “그 가게, 불처럼 일어나겠구먼”이라고 말했다. 점쟁이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을 만큼 성공을 간절히 바랐던 이마트 1호점인 서울 창동점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국 148개 점포에서 연 1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1등 대형마트 이마트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내 최초 할인점…유통 혁신 이끌어

이마트가 오는 11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이마트 역사는 곧 국내 대형마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마트가 생길 때만 해도 국내에는 ‘할인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할인판매’라고 하면 백화점이나 제조업체 대리점에서 3~4개월에 한 번씩 하는 ‘정기세일’이 전부였다. 이마트가 내세운 ‘상시 저가’라는 개념은 제조업체에도 소비자에게도 낯설었다.

이마트는 대량 매입을 통해 납품가격을 낮추고 매장 인테리어를 간소하게 하는 등 운영 비용을 줄여 판매가격을 낮췄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전통시장과 대리점이 더 중요하다며 이마트에는 납품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개점 후 한동안은 주요 가공식품의 시장 점유율 1위 상품을 이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물건 값이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많아졌다. 제조업체에도 이마트는 안정적인 납품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2000년을 전후해 시작한 농수산물 산지 직매입은 당시로선 혁명적인 일이었다. 농어민에서 산지 수집상을 거쳐 도매시장, 도매상인, 소매상인 등으로 5~6단계 이어지는 유통 구조를 ‘농어민→생산자단체→이마트’로 단순화했다. 유통 과정이 짧아진 만큼 보다 신선한 상품을 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됐다. 쇼핑 문화도 바뀌었다. 남편이 어린 아이를 태운 카트를 끌고 아내가 물건을 골라 담는 풍경은 이마트가 생긴 뒤에 나타난 모습이다.

해외 유통업체의 한국 진출은 이마트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프랑스 까르푸가 1996년, 미국 월마트가 1998년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 이마트는 ‘한국형 할인점’으로 승부를 걸었다. 상품 진열대 높이를 낮추고 낱개 포장을 늘렸다. 다른 곳보다 비싸면 차액의 두 배를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 수준도 높였다. 이마트가 2006년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하고 같은 해 까르푸가 한국을 떠나면서 이마트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졌다.

○산지 직매입으로 ‘가격혁명’

이마트의 ‘유통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배추 13만통을 도매가격의 45%에 불과한 포기당 198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가 이처럼 낮은 가격에 배추를 팔 수 있었던 것은 경기 이천시에 있는 ‘후레쉬센터’의 첨단 저장 기법 덕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배추는 수확한 지 한 달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져 팔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마트는 배추 가격이 저렴했던 지난 6월 배추를 대량으로 매입해 두 달간 보관하면서도 신선도를 유지했다.

비밀은 이마트만의 CA(controlled atmosphere·가스조절) 저장법에 있다. 공기 중 산소 농도를 낮춰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해 노화를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첨단 기술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기획해 대기업 제품보다 30% 이상 싼 값에 내놓은 ‘이마트 TV’, 브라질 커피 농장과 직거래해 커피전문점보다 최대 80% 싸게 판매한 ‘세라도 원두커피’ 등 ‘가격혁명’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온라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이마트몰 쇼핑 앱’을 내놓았다. 출퇴근 시간 버스나 지하철에서 물건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명과 가격 외의 정보는 최소화했고 모바일 쇼핑객은 반복해서 구매하는 상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과거 구매 이력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고용안정 선도

이마트는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월 점포에서 상품 진열 업무를 하는 도급사원 91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지난 5월에는 의류 판매를 전담하는 직원 165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07년 계산원(캐셔)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은 또 한 차례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었다.

1만명이 넘는 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이마트는 연간 600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업무 협조가 원활해진 점을 감안하면 비용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07년 캐셔 직군을 정규직으로 돌렸을 때도 계산 오류가 줄고 퇴직률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이마트는 ‘동반성장펀드’ ‘상생플러스론’ 등의 제도를 통해 지난 상반기까지 431개 협력사에 2000억원이 넘는 저리 자금을 빌려줬다. 지난 7월부터는 자체상표(PL) 상품 수출을 시작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103개 마을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희망마을 프로젝트’를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 4억원을 투자해 꽃길 만들기, 벽화 제작, 시설 보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희망배달마차’도 운영 중이다.

유승호/최만수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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