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외로운 여행자

입력 2013-09-13 17:41   수정 2013-09-13 20:52

천자 칼럼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빅뱅이론에 따르면 137억년 전 대폭발 이후 수소와 헬륨들이 뭉쳐져 1000억개 이상의 은하가 만들어졌고 그 은하 속에서 각각 1000억개 이상의 별이 태어났다. 그 별 중 하나가 태양이고, 태양 주변에 생긴 행성 가운데 하나가 지구다. 태양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The Galaxy)의 중심에서 약 3만30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니 지구는 변방 중의 변방에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 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를 발사한 것은 태양계의 행성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보이저 1호는 2호보다 보름 늦게 출발했지만 더 빠른 궤도로 움직였기 때문에 목성과 토성을 먼저 탐사했고, 예상수명인 20년을 넘어 지금까지 항해하고 있다. 그동안 날아간 거리는 약 190억km로 빛의 속도로도 17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저께 NASA는 보이저가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태양계의 경계를 벗어나 성간공간(항성과 항성 사이의 우주공간)까지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태양계와 성간공간의 경계지대를 지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2개월여 만이다. 지구를 떠난 지 36년 만에 마침내 태양계 너머 미지의 우주공간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인공물이 된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지구에서 해왕성까지의 거리보다 6배나 더 먼 심연에서 지구의 어떤 물체도 가본 적 없는 곳을 여행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보이저 1호는 지금도 매일 NASA와 교신하고 있는데, 신호가 다소 약해 1초에 160비트 정도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보이저를 우주로 보냈던 칼 세이건이 우리 지구 사진을 보고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던 게 벌써 20여년 전이다. 그 사이에 인류가 알아낸 우주는 73%가 암흑 에너지이고 27%가 물질이라는 것뿐이다. 그나마 암흑 에너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물질 중에서도 고작 4%밖에 모른다. 세이건도 “우주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라며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의 외로운 한 점일 뿐”이라고 했다.

보이저는 혹시 만날지 모를 외계생명체에게 지구를 알리는 정보를 담은 지름 12인치의 ‘골든 레코드’도 갖고 갔다. 사람과 교실, 풍경 등을 보여주는 115장의 사진영상과 다양한 소리,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을 비롯해 55개 언어의 인삿말까지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보이저(voyager)라는 이름이 모험적인 여행자라는 뜻이다. 특히 바다나 우주로 향하는 탐험가를 의미한다. 보이저의 외롭고 긴 여정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미지의 친구가 어느 은하수에라도 있기나 할는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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