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1.5m 눈앞에 사자가…야생동물과 숨막히는 조우

입력 2013-09-22 16:18   수정 2013-09-23 03:31

세계최대 분화구'탄자니아 응고롱고로'사파리

황토 날리며 4륜구동 지프 질주…사자·코뿔소·얼룩말·누·하이에나…포식자와 사냥감의 팽팽한 대치
중턱엔 용맹한 마사이족 마을, 중앙엔 마르지 않는 호수…이곳이 바로 '아프리카의 에덴'




‘야생동물의 천국’ 하면 떠오르는 곳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렌게티국립공원이다. 넓이 1만4763㎢의 대평원에 300만여마리의 포유동물과 350여종의 조류가 어울려 살고 있는 곳.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보던 그곳이다. 하지만 세렌게티에선 지금 동물을 구경하기 어렵다. 4~10월은 건기여서 이곳의 동물들이 케냐 땅인 북쪽의 마사이마라국립공원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렌게티의 동쪽에 있는 응고롱고로국립공원에선 1년 내내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동물들이 분지처럼 오목한 분화구 안에 갇혀 있는 데다 분화구 안에 큰 호수와 늪지가 있어 물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야생의 삶을 찾아 응고롱고로로 사파리투어를 떠났다.

○응고롱고로, 세계 최대 분화구

탄자니아 북동부의 킬리만자로공항에 내려 인구 28만명의 도시 아루샤를 거쳐 응고롱고로로 향한다. 아루샤의 호텔이나 여행사에선 손쉽게 사파리 여행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상품은 마니아라호수, 응고롱고로, 세렌게티를 묶어 여행하는 3박4일 사파리투어. 하지만 건기임을 감안해 연중 사파리투어를 할 수 있는 응고롱고로로 직행한다.

아루샤에서 180여㎞를 4시간가량 달려 응고롱고로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개코원숭이들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 처음엔 한두 녀석이더니 금세 20여마리가 몰려들어 기회를 노린다. 사람들이 바나나 같은 먹거리를 던져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강제로 날치기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안내인은 주의를 당부한다.

공원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비포장길이다. 문 하나를 넘어서자 야생의 세계로 들어온 셈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앞에도 차량 한 대가 멈춰 서 있다. “방금 표범이 지나갔는데 다른 표범이 또 올 수도 있어 지켜보는 것”이라고 운전수가 전해준다. 야생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사이족 말로 ‘큰 구멍’이라는 뜻의 응고롱고로는 남북으로 16㎞, 동서로 19㎞, 면적이 160㎢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분화구다. 최대 직경은 22㎞에 이른다. 분화구 안에 마카투라는 호수와 습지가 있어서 아무리 메마른 건기라도 동물들이 목을 축일 수 있다. 이곳이 ‘아프리카의 에덴’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검은코뿔소를 비롯해 누, 얼룩말, 톰슨가젤, 그랜트가젤, 코끼리, 표범, 버팔로, 점박이하이에나, 기린, 사자 등 2만5000여마리. 평원과 숲, 호수와 습지 등이 이들을 품고 있다.

○분주한 정글…사자와 누, 하이에나 한 눈에

응고롱고로 분화구 둘레의 고원지대에 있는 롯지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전 7시께 사파리에 나섰다. 분화구의 고원지대는 해발 2200m.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지만 고도 때문에 서늘하다. 여기서 동물들이 사는 분화구까지 고도 차이는 610m.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은 급전직하(急轉直下)에 가깝다. 15분쯤 비틀비틀 달렸을까. 일행 중 한 명이 소리친다. “기린이다!” 왼쪽 언덕 아래에 기린 한 마리가 뚜벅뚜벅 걸어 나무 옆으로 가더니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안내인은 “기린은 무리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고 응고롱고로에선 보기 드문데 오늘 사파리의 조짐이 좋다”며 반색했다.

사파리란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뜻. 일반적으로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여행을 말한다. 최근 자주 쓰이는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도 같은 뜻인데 이때 게임은 ‘사냥감’이란 뜻이다. 동물 가운데서도 덩치가 큰 사자와 코끼리, 아프리카물소, 표범, 코뿔소는 ‘빅5’로 불린다.

차가 분화구 바닥의 평원에 이르자 동물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분화구 안에 나 있는 사파리용 비포장길을 천천히 달리자니 저 멀리서 풀을 뜯는 누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얼룩말이 나타나고, 하이에나 한 마리는 뭐가 바쁜지 사진 찍을 틈도 주지 않고 총총히 사라진다. 작은 숲속에선 코끼리 한 쌍이 서로 코와 얼굴을 부비면서 스킨십에 열중하고 있다. 길에서 만난 원숭이는 사람이 던져준 바나나를 잽싸게 주워 나무 위로 올라간다.

특이한 것은 누와 얼룩말, 톰슨가젤 등이 한데 어울려 풀을 뜯는 모습이다. 같은 초식동물이지만 서로 먹이가 달라 싸우지 않고 공생할 수 있다고 한다. 저 멀리 습지에서는 하마 무리가 수영을 즐기고 있는데, 망원경이나 망원렌즈로 봐야 간신히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타조, 분홍빛을 띠는 플라밍고 같은 새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동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사파리 차량이 멈춰서서 야생의 들판에서도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여행객들은 차량 윗 덮개를 열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마카투호수까지 갔가가 다른 길로 접어들 즈음 앞쪽에 멈춰선 몇 대의 차량이 눈에 띈다. 드디어 빅5의 하이라이트인 사자 무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도로 왼편 멀리 나타난 사자는 암컷 6마리. ‘백수의 왕’답게 느리지만 위엄 있는 걸음걸이다. 도로 쪽으로 다가온 사자들은 사파리 차량이나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길을 건너 지나간다. 그중 두 마리는 아예 차량 그늘에 멈춰섰다. 1.5m 눈앞에서 사자를 만나다니…. 여행서나 텔레비전에서 봤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사자들이 향하는 곳은 오른편 아래쪽에서 풀을 뜯고 있는 누와 퍼발로 무리들. 하지만 사자들은 곧바로 사냥을 시작하지 않고 작전에 들어간다. 두 녀석은 관심없다는 듯 딴청을 피우고, 두 놈은 아예 드러누워버렸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매서운 눈으로 먹잇감의 동태를 예의주시한다. 누떼들도 이미 사자의 출현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포식자와 사냥감의 대치가 길어진다. 30분을 기다려도 사자의 공격이 개시되지 않으니 할 수 없이 다른 동물을 찾아나섰다.

○사자가 겁내는 마사이족

3시간여에 걸친 사파리투어를 마치고 찾아간 곳은 분화구 중턱에 있는 마사이마을. 마사이족은 여기서 동물을 방목하면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마사이족이 아프리카 동부에 정착한 것은 17세기 중반.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전사로서 명성을 떨치며 영토를 확보했다.

아프리카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신이 세 아들을 불러 창과 활, 괭이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장남은 괭이를 선택해 농경민인 키쿠유족이 됐고 차남은 창을 골라 유목민인 마사이족, 막내는 활을 골라 수렵민인 캄바족이 됐다. 마사이의 용맹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여서 마사이 넷이 모이면 사자를 잡고, 심지어 사자의 먹이를 빼앗아온다고 한다.

마사이족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면서 대륙 중앙의 빅토리아호와 케냐산의 비옥한 땅에서 쫓겨났고,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의 보호구역에 갇혀 살게 됐다. 하지만 마사이의 인구가 늘고 사육하는 가축 수도 늘면서 생태계의 균형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마사이족의 한 집으로 찾아갔다. 마사이족의 집은 원형으로 흙벽을 쌓고 띠로 지붕을 얹은 보마다. 마사이는 일부다처제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어 남편과 그에 속한 여러 아내와 자녀들이 한 울타리 안에 산다. 울타리 안에 들어서자 열여섯 명의 건장한 남자와 그만한 숫자의 여자들이 “와바바바…” 하는 소리를 내고 발을 구르며 환영한다. 이곳의 마사이족 추장은 15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의 아내와 아들들이라고 했다.

원형의 커다란 울타리 안에는 15채의 보마가 있는데 규모와 구조는 똑같다. 여러 부인을 거느리려면 그 정도의 공평함은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칠순의 추장에게 젖먹이 아이까지 있는데, 대체 마사이 남자들은 어디서 그 많은 여자를 구해 전통을 이어가는지…. 소를 중요하게 여겨서 울타리의 가운데에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 외양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특이하다. 야생과 아프리카의 오랜 전통을 만난 하루였다.

아루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여행팁 대한항공 케냐 직항편 취항…6~10월 건기가 여행에 적합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는 인구 4500만명에 130여개 종족이 공존하는 땅이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9.6배. 1985년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이후 비농업 인구가 크게 늘었다. 기독교, 이슬람이 공존하지만 큰 분쟁은 없다.

응고롱고로에 가려면 주 3회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케냐) 노선을 이용한 다음 비행기를 갈아 타고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에티오피아항공의 인천~아디스아바바(홍콩 경유·주 4회 운항) 노선을 이용해 킬리만자로공항으로 가거나 카타르항공의 인천~도하~킬리만자로(매일 운항) 노선을 이용해도 된다. 킬리만자로공항에서 응고롱고로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6월 말부터 10월까지의 건기가 여행하기에 좋다. 이 시기에는 강이나 물 주변에서 동물들이 쉽게 발견되고, 초목도 무성하지 않아 관찰하기에 좋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몰리는 시기여서 숙소나 캠핑장이 붐빈다.

사파리투어 비용을 줄이려면 4명이 한팀을 이뤄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숙소를 분화구 안의 롯지호텔로 잡느냐, 캠핑을 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캠핑을 할 경우 망원경이나 침낭, 모기장을 가져가면 좋다. 여유가 있다면 ‘열기구 사파리’도 즐겨보자. 비용은 한 시간에 500달러가량.

응고롱고로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올두바이계곡은 200만년 전의 초기 인류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가 발견된 곳으로, 인류학박물관도 들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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