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치인과 말

입력 2013-09-24 17:47   수정 2013-09-25 02:50

청산리 대첩으로 日탄압 심해졌듯이
의로운 투쟁이 누군가에겐 질곡으로

이종걸 국회의원·민주당 anyang21@hanmail.net



요즘은 정치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곤혹스럽다.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지역민들을 뵐 때마다 죄스럽기까지 하다.

추석은 전통시장의 대목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그렇지 못했다. 특히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점들은 피해가 더 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사태’를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참석한 다수의 젊은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정부는 기준치 이내면 안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방사능 물질 관리기준 이하의 피폭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거나, 일본의 방사능 오염 수준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일본산 수산물의 국내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방사능은 임산부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기에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책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조치이고, 따라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지난 광복절에 나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일본의 우경화 규탄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도쿄에 도착하자 민단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우리의 일본 방문을 반대했다. 이유는 일본 우익들의 혐한정서를 더 자극시켜 재일동포들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윤봉길 의사의 의거나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대첩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하는 빌미가 됐다. 의로운 투쟁이 또 다른 국민들에게는 삶의 질곡으로 작용한 것이다.

정치는 말이다. 또한 정치인들의 말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삶의 질곡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일본에 가서 방사능 오염사태의 진상규명을 외치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한 것도 우리 어민들의 생계에 어려움을 더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관동대지진 때 재일 한국인 학살에 앞장섰고 A급 전범으로 기소된 쇼리키 마쓰타로가 요미우리신문사 사주 시절 원자력발전소 설립을 적극 지지, 원자력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 돼 ‘일본 원자력의 아버지’라 칭송받았던 불편한 사실마저도 외면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삶의 질곡이 되는 말들을 정치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것일까 반문해본다.

이종걸 < 국회의원·민주당 anyang21@hanmail.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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