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이 '나쁜 정치'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입력 2013-09-25 17:01   수정 2013-09-25 21:07

국민의 고단한 삶은 팽개치고
저질 政爭으로 짜증만 키워
민생이 정치의 존재 이유 그 자체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노자 도덕경(老子 道德經) 17장은 이상적인 정치를 정의한 명언이다. ‘가장 뛰어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고, 다음은 가까이 칭송하고, 그 다음은 두려워하고, 가장 나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기는 것이다.’(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오늘날 보편적 민주주의의 대의정치에 맞는 잣대는 아니다. 국민은 정치행위의 주인인 동시에 수요자이고 국민들 일상 어느 하나 정치와 엮여지지 않은 것이 없으니 정치는 항상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지는 못해도 빈축은 사지 않아야 겨우 나쁜 정치를 면할 수 있음은 틀림없다.

지금 한국 정치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에서 끊임없이 이해상충이 발생하고 모든 사안이 정치의 장(場)으로 들어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킨다. 한꺼번에 분출되는 국민들의 저마다 다른 욕구와 불만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니 어쩔 수 없는 정치과잉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묻어버리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건 분명 문제다. 국민의 고단한 삶은 나 몰라라 하고 정치는 분란 그 자체일 뿐이니 가장 저질스러운 ‘조롱거리로서의 정치’다.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광장에서의 천막 노숙 54일 만에 국회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당장 서둘러야 할 국회 본연의 법안처리,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가 정상화될 것 같지는 않다. 야당의 길거리 싸움 끝에 어렵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가 얼굴을 맞댔으나 없느니만 못한 불통(不通)의 자리였다. 갈등만 더 키운 꼴이 되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전방위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의 프레임이 시대착오적이기는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를 이끌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정기국회 회기를 한 달 가까이나 허송세월하고도 야당은 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을 최우선 정치 현안으로 삼아 국회를 파행시킬 태세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있어서 안되는 일이지만 문제들의 본질인 ‘달’을 가린 채 ‘손가락’만 보라며 정략적인 선동에 매달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그가 NLL을 무력화할 의도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따져야 할 본질이다. 국정원 조직 몇 사람의 인터넷 댓글 수백 개(수천 개라 할지라도)가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다. 정작 큰 문제는 지금 야당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이석기류의 집단과 손잡고 이 나라 정권을 잡으려 했던 국기문란이다. 채동욱 파문은 또 뭔가. 핵심은 사정기관 수장의 ‘혼외 아들’에 관한 진실이 뭔지 사실관계 규명과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정리하는 것인데, 아예 처음부터 정치적 음모론으로 접근해 본말(本末)을 뒤바꾸고 있다.

그리고 제멋대로 민심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첫손 꼽는 정치현안들은 기껏해야 지난 추석 명절 술자리 안줏감이었던 것을 자기가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왜곡한 것이다. 그들이 확인한 진짜 민심은 무엇이었겠나. 노후준비도 포기한 채 힘들게 대학 졸업시킨 자식이 아직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데 나는 곧 직장에서 떨려나 빈곤으로 추락해야 하는 부모세대의 두려움과 또 그 자식세대의 고통, 그러지 않아도 빚에 짓눌리는데 다락같이 오른 전셋값 마련이 아득한 현실에 대한 비관,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는데 무상급식·보육이다 뭐다 복지를 핑계로 정부가 내 유리지갑을 얼마나 더 털어갈지에 대한 답답함…. 그런 삶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총체적 불안이었음에 틀림없다. 나라를 뒤집어 엎으려는 광신적 종북세력이 국회에까지 들어와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 대한민국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도 느꼈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민심의 가장 큰 열망이라면 국민들이 먹고살 만한 세상을 만들라는 것 한 가지다. 정치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도 국민 삶과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제들만 내세워 민생은 팽개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이 정치공해가 짜증스러움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언제까지 정치가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에 눈감고 정쟁(政爭), 그것만을 위한 시끄러운 싸움으로 날을 지새울 건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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