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결혼…경제학적 선택의 한계를 보여주다

입력 2013-09-27 16:55  

시네마노믹스 -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통해 본 결혼 계산법
"하는 일이 뭐예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직업, 나이, 출신학교 뭐 이런거…."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나게 된 준영(감우성 분)과 연희(엄정화 분). “대학 시간 강사로 나가고 있어요, 영문과요”라는 준영의 대답에 연희는 당돌하게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라고 되묻는다.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연희와 자유롭게 연애만 하고 싶은 준영. 유하 감독의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년 개봉)’는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갖고 연애를 시작한 두 남녀에 대한 얘기다.

돈이냐 사랑이냐

소개팅 자리에서 뻔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던 둘은 ‘그날 밤’을 함께 보내며 인연을 맺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며 살 자신이 없는 준영과 사랑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는 연희.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에게 ‘당신은 내 결혼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연희는 준영 외에도 결혼 후보군이 많다. “골치 아파 죽겠어. 한 명은 의사, 두 명은 회사원, 한 명은 벤처사업가, 그리고 너(준영). 이 다섯 중에 누굴 골라야 할지 말이야.” 사랑과 경제력 사이에서 줄곧 저울질하던 연희는 결국 준영을 외면한다.

연희에게 결혼의 기회비용은 사랑이었다. 돈을 선택하면서 지불한 대가.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의 개념이다. 금전(명시적 비용)일 수도 있고 시간, 노력, 혹은 만족감(암묵적 비용)일 수도 있다. 연희가 사랑하는 준영을 두고 의사와 결혼한 이유는 의사와의 결혼 생활이 준영과의 사랑보다 더 큰 효용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혼의 경제학

반면 준영의 입장에선 다른 계산법이 나온다. 준영은 결혼 자체에 대한 선택을 망설였다. 연희를 사랑하지만 한 여자에게 얽매이기 싫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것보다 자유를 즐기는 것이 그에게 더 큰 효용이다. 그는 연희를 ‘기회비용’으로 남겨두고 결혼하지 않을 것을 선택한다. “나랑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냐”고 묻는 연희에게 그는 “누구랑도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이유를 묻자 준영은 이렇게 답한다. “거짓말하면서 살 자신이 없어.”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 문제는 비단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결혼함으로써 치러야 할 희생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림1>처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는 ‘결혼이론(A theory of marriage)’을 통해 “결혼은 결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 혼자 살아갈 때 얻는 만족보다 클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혼 생활에서 얻는 효용이란 정신적인 안정감, 2인 이상 가구에 돌아가는 각종 제도적 혜택, 나를 부양해줄 수 있는 배우자의 존재 등이 있다.

최근 한국 결혼 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결혼에 대한 만족’이 ‘혼자 살 때 오는 만족’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에겐 <그래프1>처럼 결혼과 출산이 사회에서의 성공과 자기 계발 시간 등을 희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아직까지 가사와 육아는 여자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문화 탓이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제약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것을 다 해낼 순 없다. <그래프1>에서처럼 결혼과 출산, 육아, 가사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Y)을 보낸다면 직장생활 등 자아 실현을 위한 시간(X)은 줄어든다.

남녀의 비교우위에 대한 논란

연희는 결혼 뒤 조명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다. 결혼 후에도 연희와의 연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준영은 “새 직장은 좋아?”라고 비꼬듯 묻는다. 연희가 의사 남편과 결혼하자마자 직장을 그만둔 것은 20세기 성 역할에 그대로 순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50년대까지 결혼 생활을 지배한 전통적인 성 역할은 기회비용과 비교우위, 분업의 경제적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다. 결혼은 분업의 묘를 잘 살린 제도였다.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는 대신 아내는 가사와 육아를 맡는 식이었다.

이런 분업은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예컨대 남자가 집안일을 끝내는 데는 10시간 걸리지만 10만원을 벌어오는 데는 4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반면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데 6시간, 10만원을 벌어오는 데 8시간이 걸린다. 이 경우 두 사람이 같은 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을 계산해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두 생산자 간 기회비용의 크기를 비교할 때 비교우위의 개념을 쓴다. 특정 재화를 생산할 때 투입되는 기회비용이 적은 생산자가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앞의 예에서 아내는 가사일을 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이 남편에 비해 적다. 반면 남편은 아내에 비해 돈을 벌어올 때 기회비용을 덜 치르면 된다. 예시에 따르면 아내는 집안일에, 남편은 돈을 벌어오는 일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남자들이 바깥일을 하는 게 여자들보다 돈을 더 잘 벌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경제학콘서트2’의 저자이자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는 상대적 비교우위 이론을 적용해 “남자들이 바깥일을 하는 건 여자들보다 돈을 잘 벌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가사를 돌보는 일을 돈 버는 일보다 더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자는 바깥일도, 가사일도 다 남자보다 잘할 수 있지만 비교 우위상 가사일을 남자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돈 버는 일을 포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혼도 기회비용에 따른 선택

결혼 후에도 준영을 잊지 못한 연희는 부모님과 같이 살던 준영이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그곳에 그녀의 ‘두 번째 신혼집’을 차린다.

연희와 준영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서로를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둘은 결국 다시 헤어짐을 선택하고 만다. 준영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음에도 연희는 왜 남편과 헤어지지 않은 걸까.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던 건 이혼에 따른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도 없고, 이혼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연희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쪽이 이혼하는 것(기회비용)보다 더 큰 효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각자 다른 이유로 끝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가치(효용)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스스로 되뇌이지만 마음은 괴롭기만 하다. 그런 종류의 상실감이 지속돼 오랫동안 불행하다면, 나아가 자신이 선택한 효용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린다면 당초 기회비용 계산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어려운 일이다. 결혼의 경제학이 갖는 한계도 그 지점에 있을 터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시네마노믹스 자문 교수진 가나다순

▲송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정재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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