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제표준시

입력 2013-09-29 18:02   수정 2013-09-30 02:53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대항해 시대의 탐험가들은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위도는 태양의 고도나 북극성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망망대해에서 경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풀어보려던 영국 천문학자 겸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1632~1723)은 시계를 이용한 경도 측정법을 생각해냈다. 지구가 24시간 자전하니까 경도 15도마다 한 시간 차이가 난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17세기로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영국 시계기술자 존 해리슨이 크로노미터라는 해상시계를 발명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1675년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은 영국이 1714년에 현상금 2만파운드를 내건 뒤에도 50년이나 흐른 1761년이었다. 이때부터 런던에서 출항하는 모든 배가 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니치 천문대를 관통하는 자오선을 경도 기준인 본초자오선으로 정한 것은 1851년이었다. 전 세계는 1884년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했다. 모든 선박이 이를 이용했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

요즘도 그리니치 천문대를 찾는 관광객들은 본초자오선 위에서 두 발로 동반구와 서반구를 밟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엄밀하게 이 선은 처음 만들어졌던 당시의 지점에서 100여m 동쪽에 있어야 맞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오차를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세슘 원자 진동을 이용한 협정세계시(UTC)에 국제표준시의 자리를 내줬다. 다만 둘의 차이가 초의 소수점 단위밖에 안 돼 현실에서는 혼용되고는 있지만, 영국의 위세가 꺾인 현실도 반영하고 있다.

동경 127도 부근(124~132도)에 있는 우리나라는 표준시와 아홉 시간 차이인 135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조선시대 말기 동경 120도에서 1908년 동경 127.5도, 1910년 동경 135도로 바꿨다가 광복 후인 1954년부터 다시 동경 127.5도로 돌아갔고 1961년 이후엔 135도를 일본과 공유하고 있다. 땅이 넓은 미국의 경우 한때 8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철도시간표가 있을 만큼 혼란스러웠지만 국제표준시 도입으로 효율화를 이룰 수 있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스페인이 위기 탈출을 위해 국가표준시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히틀러와 친했던 독재자 프랑코가 1942년 독일과 같은 중부유럽표준시(CET)에 억지로 맞춘 것을 그리니치표준시에 맞게 한 시간 늦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 뜨기 전에 출근하고 낮잠(시에스타)을 자는 구식 패턴에서 벗어나 노동집중력과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달콤한 낮잠을 줄여야 한다니. 스페인 국회의 표결 결과가 궁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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