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살육의 축제'로 엿보는 로마인의 생활상

입력 2013-10-03 17:27   수정 2013-10-03 23:12

로마 검투사의 일생
배은숙 지음 / 글항아리 / 588쪽 / 2만5000원




“콜로세움의 운명이 로마의 운명과 궤를 같이했다.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한 로마는 존속했다. 검투사 경기는 로마의 존재 자체를 상징할 만큼 로마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화려한 콜로세움 안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결투, 관중들의 함성. 로마인들이 열광했던 검투사 경기를 바라보는 현대의 관점은 피에 열광하는 잔인성을 비판하거나,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대표되듯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 강하다.

《로마 검투사의 일생》은 이런 현대의 시각을 거부하고 ‘내재적 접근법’의 관점을 취한 검투사에 대한 대중역사서다. 로마의 기록을 통해 어떤 신분의 사람들이 검투사가 되는지, 경기 날짜를 어떻게 지정하고 광고해 개최하는지, 경기는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는지를 검투사와 로마 시민의 관점으로 담았다. 또 천한 신분과 대중적 인기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는 검투사의 삶, 로마 정치와 검투사 경기의 관계도 짚는다.

검투사는 주로 로마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전쟁포로들과 범죄자들이었다. 검투사 양성소의 운영자들은 노예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전쟁포로들을 사서 훈련시켰다. 건장하고 다부진 포로들은 인기가 많았다. 체격이 좋아 농장에 팔렸지만 말을 잘 듣지 않아 다시 시장에 나온 노예를 사는 건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검투사로는 자존감과 반항심이 높은 노예가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자원한 자유민도 검투사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은 로마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투사에 지원했다. 노예 출신 검투사보다 고작 5% 더 받는 보수도 소중할 만큼 가난한 이들이었다. 수는 적지만 용맹을 과시하고 싶은 상류층도 있었다.

이들은 천한 신분이었지만 인기를 얻는 이중적 위치에 있었다. 혹독한 훈련과 실전으로 강인한 육체를 갖게 된 검투사들은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상류층 여성들은 검투사들과 불륜관계를 맺거나 노예로 사서 집안에 들였고, 비슷한 신분의 여성들은 결혼에 이르기도 했다. 검투사라는 직업 자체가 이들이 ‘진정한 남자’일 것 같다는 환상을 갖게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폼페이의 벽에 남아 있는 낙서는 검투사들에 대한 여성들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트라키아 검투사로 세 번 승리하고, 세 번 화관을 받은 켈라두스가 소녀들을 한숨 쉬게 만든다. 소녀들의 영광! 켈라두스여! 소녀들의 영웅이자 연인. 그물 검투사인 크레스켄스는 밤마다 소녀들의 주인이자 치료사.’

이처럼 검투사들에게 로마인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투사의 열등한 신분을 경멸하기도 했고, 경기에 열광하며 강인함을 칭송하기도 했다. 상류층 남성들은 여성들이 검투사에 보내는 시선을 시샘하면서도 짐짓 도덕적인 체하며 꾸짖었다.

검투사 경기는 정치적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스파르타쿠스가 동료 검투사와 함께 로마를 위협하는 반란을 일으켰지만 검투사 경기는 사라지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런 인기를 업고 일부 황제들은 긍정적 이미지 생산을 위해 화려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열었다. 검투사가 내전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재정을 무시하고 열린 경기는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처럼 책은 검투사 경기를 중심으로 검투사와 관중, 로마 상류층 등의 생활과 로마 사회를 서술했다. 내용이 다소 나열식인 점은 아쉽지만 구체적으로 서술해 서양사·로마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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