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치과라더니…'19禁' 유흥업소네

강남 변칙 전단지 활개


지난 1일 저녁 서울 서초동 S선술집. 한 남성이 들어와 테이블마다 명함을 돌리기 시작했다. 명함에는 ‘강남 치과 제휴 서비스’ ‘치아 주치의 종합검진’ 등이 적혀 있었다. 얼핏 치과병원 홍보 마케팅용으로 보였지만 명함 곳곳에 ‘오시기 전에 예약하면 모시러 가겠습니다’ ‘365일 24시간 운영’ 등 다소 의아한 문구도 쓰여 있었다.

명함에 적힌 담당 부장의 번호로 연락했더니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치과가 아닌 강남지역 유흥업소였다. 전화를 받은 담당 부장은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여기는 룸살롱”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가씨가 많이 대기하고 있고, 국군의 날이라 특별히 양주와 맥주는 무한정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세 명 기준으로 ‘2차’까지 포함해 150만원”이라고 말했다.

강남 유흥업소들이 변칙적인 홍보 명함을 만들어 고객을 유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에는 여성 사진이 찍힌 명함으로 홍보했다면, 최근에는 유흥업소인 줄 모르게 명함을 만들어 돌리고 있다. 치과나 내과 등 병원 홍보명함을 흉내 내기도 하고 건설업체 커피숍 등을 가장한 홍보명함도 등장했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명함을 돌리며 “아가씨들 물 좋다”는 말을 건네 유흥업소임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유흥업소들이 이처럼 변칙적인 명함을 돌리는 이유는 최근 경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대대적으로 유흥업소 명함형 전단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은 지난달 여성가족부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음란 전단에 기재된 번호를 즉각 사용 정지하는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남구청도 음란한 사진을 실은 명함형 전단에 대해 단속을 벌여 ‘대포폰’을 말소하고 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단속을 피하려고 명함 전단을 바꿨다”며 “다른 사람이 전단을 보더라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변칙 명함형 전단이 판을 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전단이나 명함 자체만으로는 위법성이 없어 성매매 호객행위 등으로 이어지는 현장을 적발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또 수사 당국이 개별적으로 나눠 주는 전단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적발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경찰 관계자는 “전단 단속을 강화하다 보니 신종 수법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행태는 그동안 전혀 없었던 만큼 유흥업소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사한 뒤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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