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 (23)]'룸바' 밀어낸 '보이스'의 기적, 물걸레 청소기 '마미로봇' 성공스토리…"소비자 마음을 꿰뚫어라"

입력 2013-10-04 09:00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청소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진공청소기'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로봇이 하는 게 손으로 직접 하는 청소만 못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과 LG전자가 로봇청소기 출시에 소극적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3~5년 안에 로봇청소기가 시장의 메인으로 올라설 것이라 확신하는 업체가 있다. 2007년 '물걸레' 기능을 넣은 로봇청소기로 국내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고 최근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업체 '마미로봇'이다.

이 회사는 첫 제품을 내놓은 뒤 광고 한번 없이 입소문만으로 해마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초라한 '축사'를 빌려 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8년 여 만에 직원 180명, 연 매출 250억원을 올리는 회사로 발전했다.

세계적인 전자기업인 필립스에서도 '주문자상표부착상품'(OEM)을 제안하며 눈독을 들였다.

'내'(회사)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는 장승락 마미로봇 대표이사(50)를 경기도 하남시 본사에서 만났다.

◆ 장판 문화? 물걸레 넣은 로봇청소기가 답

장 대표가 로봇청소기 사업을 처음 구상하던 2005년, 국내 시장은 세계 1위 로봇청소기 업체인 미국의 아이로봇에서 만든 '룸바' 장악하고 있었다.

국내 업체로는 LG전자가 로봇청소기를 선보였지만 일부 고가 시장에 한정된 제품이었다. 대부분의 시장은 룸바 제품이 80%를, 룸바를 따라한 중소업체 제품이 나머지 20%를 차지했다.

현대종합상사에 다니며 국경을 넘어 전자제품 파는 일을 했던 장 대표는 한국의 주거환경과 문화에 외국산 청소기가 100% 들어맞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로봇청소기를 보는 관점부터 달리했다.

"물건을 개발하는 데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건 '도둑질'이죠. 우선 소비자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한국 소비자가 쓸 물건이고, 우리나라는 마루(장판)문화이며 물걸레질을 하니 로봇청소기에도 걸레질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회사라고 해봐야 축사 한 켠을 빌린 30평짜리 공간이 전부였고 직원은 장 대표와 그의 아내, 처남 뿐이었다.

우선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줄 기술자를 찾는게 급선무였다. 장 대표는 전국 곳곳을 돌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기술자들을 만나 자신이 구상한 로봇청소기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개별 부품마다 각기 다른 기술자를 섭외해야 하는 일은 쉬운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물걸레' 기능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기술자들도 여럿이었다. 사람이 꼼꼼하게 손으로 하는 걸레질을 어떻게 로봇이 대체할 수 있냐는 의견이 많았던 것. 하지만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기존 제품들에 뒤통수를 치겠다는 생각만큼은 굽힐 수가 없었다.

"당시 정말 많은 기술자들을 만났는데 실력이 있다 싶으면 뜻이 맞지 않았고, 제 생각을 이해한다 싶으면 기술적인 면에서 아쉽더군요. 딱 맞는 사람을 구하는게 참 어렵더라고요"

수십 번의 발품을 판 끝에 어렵사리 기술자를 확보했다. 제품 디자인은 전문 디자인 회사에 의뢰했다. 그렇게 이듬해 봄 첫 제품이 나왔다. 시장을 뒤집을 만한 제품 탄생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첫 제품을 부탁했던 기술자들이 예상만큼 따라와주지 못했죠. 기본적인 조립도 맞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절박한 심정으로 기술자를 다시 찾던 끝에 당시로서는 큰 돈을 주고 현대자동차 출신을 기술 책임자로 스카웃했습니다. 이 사람을 중심으로 7개월 간 금형수정과 물걸레 기능에 대한 보완작업을 했죠"

사업을 준비한 지 1년 반 만인 2007년, 드디어 첫 번째 로봇청소기 '보이스'가 세상에 나왔다. 장 대표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기술자들이 개발한 각각의 부품을 가지고 생산공장 직원 4명이 조립을 하면 장 대표와 아내가 제품을 주문받고 판매했다.

"그때는 하루 20~30대만 팔아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딱 그만큼만 하자 했죠. 유통망이 없었으니 제품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고 판매해야 했어요. 본격 출시 전 '선주문 하면 5만원을 깎아준다'고 광고를 했더니 500대 가량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 주문받은 돈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었죠"

◆ 심리적 마진 적중하니 '입소문'만으로 대박

그러나 하루 30대만 만들고자 했던 장 대표의 예상(?)을 깨고 첫 번째 마미로봇 청소기 '보이스'는 대박을 쳤다.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걸레질을 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란 말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물건을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고 그 흔한 '재고' 한번 쌓일 새가 없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존에 없던 물걸레 기능에 환호했다.

"청소기만 돌렸을 때는 뭔가 찜찜했는데 걸레질까지 하고 나니 아주 개운해요" "걸레질을 하고 난 뒤에도 붙어있는 극세사를 쓱쓱 빨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더라고요" 등의 반응이 인터넷을 통해 속속 올라왔다.

옥션 등 대표적인 인터넷 판매처에서는 보이스가 룸바 제품을 두 배 차로 따돌리고 40% 넘는 점유율로 로봇청소기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장 대표는 보이스 로봇청소기가 흥행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마진'을 꼽는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소비자의 기대 수준보다 높으면 절대 입소문을 내지 않는다고 그는 확신한다.

"사업의 기초는 '너'(소비자)에 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을 가격으로 따져 100만원 이라고 했을 때, 이걸 30만원에 살수 있다고 하면 그 소비자의 부가가치는 70만원이 되죠. 이러면 입소문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심리적인 마진을 봐야,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걸 사라고 추천한단 말이죠"

이런 생각을 기초로 장 대표는 보이스 로봇청소기 가격을 27만원에 책정했다. 당시 시중에 나와있던 다른 제품들이 60만원대 였다는 걸 감안하면 절반 이상 싼 가격이었다. 인터넷이 주 판매처였고 별도의 광고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보이스 이후 '뽀로5' '뽀로7'등 후속제품인 뽀로 시리즈를 내놓고 있지만 가격은 3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는 사람이 유리하도록 해라' '넉넉하게 줘라'는 장 대표의 사업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장 대표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마미로봇을 창업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무역인의 '사관학교'로 불리던 현대종합상사 출신이다. 종합상사들이 한참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에 입사해 7년 반 가량 근무하고 과장으로 승진하기 직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나온 뒤 신설동에서 면 티셔츠를 파는 노점상을 했었죠. 잠실, 천호동, 수원, 성남 등 사람이 모인다 하는 곳은 전부 다니며 물건을 팔았어요. 종합상사에서 무역에 관한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수 있었지만 시장을 움직이고,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건 노점상 일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거죠"

면 티셔츠 장사는 두 시간에 백만원 어치를 팔만큼 잘 됐다. 노점상에서 시작한 사업은 브랜드 론칭 단계까지 가며 연 매출 15억원을 달성했다. 계속 장사를 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장 대표는 옷 장사를 기업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때 경험으로 터득한 가장 큰 재산은 돈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는 방법이었습니다. 가장 기분 좋은 가격에 제품을 샀을 때 입소문을 낸다는 거죠. 심리적인 위치를 점하고 나면 창업, 장사의 절반은 이룬 거예요"

◆ 필립스 OEM 거절…해외시장 개척에 '올인'

마미로봇은 보이스 성공에 힘입어 2011년 뽀로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는 뽀로K7이 주력 판매 모델이다.

초창기 물걸레 기능에 이어 이 제품에서는 까펫 청소용 회전솔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도 카펫 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고유의 '물걸레 기능은 유지하되 '헤어모드 전용커버'를 넣어 카펫 모 사이사이의 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게 했다.

고급 모델인 K7에서는 핸드청소기인 '짜루'를 포함시켰다. 로봇청소기로는 완벽하게 청소하기 힘든 좁은 공간을 위한 짜루는, 마치 빗자루를 연상케하는 먼지 흡입구를 통해 구석과 창틀에서도 효과적으로 청소하도록 도와준다.

핸드청소기를 넣고도 K7 가격은 39만9000원. 뽀로 시리즈는 출시 이후 4만대가 넘게 팔렸다. 온라인에서는 40% 이상의 점유율로 보이스에 이어 로봇청소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43억원, 2011년 76억원, 지난해 1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마미로봇은 올해 2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은 350억원 이상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장 대표는 현재 성적표에 안주하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를 통한 판매가 아니라 미국, 독일, 중국, 홍콩, 일본 등 9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판매부터 사후관리까지 국내와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국내보다 훨씬 비싼 50만원 후반대에 제품을 팔고 있지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최근 싱가포르 최대 백화점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와 해외의 매출비중이 7대 3 정도지만 내년에는 350억원 가량의 매출 가운데 100억원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펫을 많이 쓰던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최근 알레르기 문제 때문에 바닥 문화로 바뀌고 있어 물걸레 로봇청소기 시장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현지 법인이 늘어남에 따라 본사에서 파견하는 직원도 증가하고 있다. 마미로봇의 경우 특이한 점은 영업직원을 뽑을 때 입사 조건이 해외에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직원이어야 입사가 가능하다. 그만큼 장 대표의 해외 개척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마미로봇은 올해 초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굴지의 전자기업 필립스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 회사 제품력을 눈여겨 본 필립스가 OEM 계약을 맺자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달콤한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기업과 OEM을 맺으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 솔깃하게 들리죠. 마미로봇은 제품에 대한 믿음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커 온 기업입니다. 순간의 유혹에 흔들려 하청업체로 전락해 버릴 순 없죠"

장 대표는 마미로봇 청소기로 국내외 시장에서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세계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로봇청소기가 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마미로봇의 미래 먹거리 준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가정용보다 용량과 성능을 높인 업소용 로봇청소기와 농작물 관리 로봇 등으로 제품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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