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국민 위에 '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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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06 17:34   수정 2013-10-06 23:44

[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국민 위에 '군림'

(1) 군림하는 국회의원

초등생 지켜보는데 막말 공방
의원 보좌관들도 덩달아 '갑질'
국회 신뢰도 갈수록 떨어져

전통시장 상생기금 냈더니
"금품 제공 아니냐" 의혹 제기
유통 CEO들 줄줄이 국감 소환




#1. 기초연금 공약 축소 논란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가 열린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기초연금) 공약을 만들 때부터 쓰레기 공약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며 “국민은 박근혜 정권을 배신자 정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쪽에서 “헛소리 하지 마” “그만해”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도 “새누리당은 입 다물고 있어”라고 응수했다. 국회 견학을 위해 방청석에 앉아 있던 300여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이런 추태가 이어지자 인솔 교사들의 손에 이끌려 조용히 자리를 떴다.

#2.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는 A씨는 요즘 학생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광주교육청을 통해 요구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A씨는 “상담한 내용을 학교폭력, 자살 등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정리하지만 의원들은 목록에 없는 이성교제 사항 등을 추가로 요청한다”며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수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원들은 수업 일정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학교 사정을 너무 모르는 의원은 뽑지 않아야 한다고 매번 선생님들끼리 말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 국민의식 조사를 한 결과 정부·국회·법원·경찰·언론·금융기관 등 6개 주요 공적 기관 가운데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5.6%로 가장 낮았다. 72.8%는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도에서 언론(16.8%) 정부(15.8%) 법원(15.7%) 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의원들의 특권의식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총리나 각 부처 장관들을 불러놓고 진행하는 대정부질문, 긴급현안질문 등이다. 총리나 장관에게 ‘막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종시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을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것도 다반사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2회계연도 결산안과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했으나 보고하기까지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회의는 오전 10시40분 시작됐지만 강길부 기재위원장과 야당 간사 김현미 의원이 지난달 30일 기재위가 열리지 않은 이유를 놓고 다투느라 오후 3시30분이 돼서야 현 부총리의 보고를 받았다.

행정부를 견제할 목적인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군기잡기 장’으로 전락했다. 덩달아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각 부처에 이른바 ‘갑질’을 하는 시기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14일 시작해 20일간 진행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의원이나 보좌관이 몇 년치 자료를 몽땅 달라고 할 때가 곤혹스럽다”며 “준비하려면 밤을 새우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대외비라서 제출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보좌관이 막무가내여서 한 여자 사무관이 운 적이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좌관이 우리 국장들 위에 있다. 보좌관이 ‘어이 국장’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며 “절대권력이 따로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4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기재부에 요구한 국감 자료를 담당자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받지 못했다”며 “누가 어떤 이유로 휴가를 갔는지 모두 제출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국감 때문에 피곤한 것은 중앙 부처뿐만이 아니다. 일선 학교도 교육부나 교육청을 통해 내려오는 국감 자료 요구에 응하느라 업무가 마비되고, 민간 기업도 최고경영자(CEO)를 국감 증인으로 호출하려는 의원들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무위는 이번 국감에 일감 몰아주기와 ‘갑의 횡포’ 실태 등을 파악한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을 부르기로 했다. 국토교통위도 4대강 사업 담합,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일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인철 이마트 사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등 유통업계 오너와 CEO들을 15일 열리는 중소기업청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점포를 내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상인 대표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 이유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일부 상인단체에 거액의 돈을 건넸다”며 “상인회 임원들에게 별도의 뒷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통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상인 단체에 지원했을 뿐 상인 대표에게 돈을 준 일은 없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포를 내려고 하면 지역 상인회가 먼저 시설개선비 등의 명목으로 재정 지원을 요구한다”며 “전통시장과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기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정치를 일삼는 것도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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