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훈민정음 언해본' 만든 서예가 문관효 씨 "한글은 어울림의 미학"

입력 2013-10-06 18:04   수정 2013-10-06 21:48

가로 24m, 세로 120㎝ 작품, 9일 '한글문화 큰잔치'서 공개


“한글은 어울림의 미학입니다. 자음과 모음, 직선과 원이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런데 훈민정음의 ‘언해본’에 한자인 ‘訓民(훈민)’이 먼저 나오고 한글이 뒤를 잇는 방식으로 적혀 있어 그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오는 9일 제567돌 한글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한글문화 큰잔치’(7~13일)와 인사동 한국미술센터(12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에 국내 최대 ‘훈민정음 언해본’을 출품한 서예가 청농 문관효 씨(61). 한글문화큰잔치에 가로 24m, 세로 120㎝짜리, 회고전에는 가로 8m, 세로 40㎝짜리 작품을 내건 그는 “15세기 조선 문화의 상징이며,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인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에 맞게 ‘언해본’을 40년 갈고닦은 필법으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출신인 문씨는 지난 7월 서예계 최고 권위의 원곡서예문화상을 수상한 한글 서예의 대가다. 공직(법무부)에 오래 몸담은 그는 한국서도협회 초대작가상을 받았고 대한민국 서도대전 심사위원장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1980년대 말 우연히 도서관에서 1459년 펴낸 ‘월인석보’에 실려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이를 한글로 풀이한 언해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한자 위주로 적혀 있어 왠지 모르게 한글의 애잔함을 느꼈어요. 1449년 출간된 ‘월인천강지곡’에는 한글을 한자보다 크게 썼는데 말이죠. 어느 한글학자도 이를 지적한 사람이 없는 거예요.”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문씨는 20년 전부터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2011년 말부터 5개월간 초안 작업을 했고, 훈민정음 연구 권위자인 김슬옹 세종대 교수에게 자문을 받았다. 최고의 먹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고매원으로 글씨를 썼고, 붓 제작의 명인인 호산관 김진태의 붓을 사용했다.

“글자가 4000여자에 달하다 보니 빼먹고 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간혹 필선에 혼이 배지 않은 글자도 나왔고요.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를 10여차례 반복했죠.”

문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붓글씨와 한국화를 배웠다. 동양화를 전공할 생각이었으나 스승이 그를 서예의 길로 이끌었다. “전통의 깊은 숲을 한번 빠져나와보라”는 스승의 말에 10년만 공부해보자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씨를 썼다. 한글의 혼과 맥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그 과정이 “마치 장편소설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문씨의 한글 작품은 현대적 심미성을 인정받아 세라믹 찻잔 세트, 와인 라벨 등 아트 상품에 활용되고 있다. (주)한국와인은 ‘동행’(사진) ‘기쁨’ ‘맑은마음’ ‘웃음’ 등 문씨의 작품을 라벨로 사용한 ‘오디 와인’ 제품 시리즈를 3~6일 열린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에 출품, 호평을 받았다.

(02)6262-8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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