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정압박에 흔들리는 문화 융성

입력 2013-10-06 18:41   수정 2013-10-06 21:34

김인선 문화부 기자 inddo@hankyung.com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예산을 절감하라고 내린 지침은 절대 강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 1면에 기재부의 재정 압박 때문에 국립국악원이 예정했던 국악 공연을 취소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국악원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해명했다. 정부 예산 편성의 막강한 권한을 쥔 기재부의 지침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고 했으니, 국악원으로선 꽤나 불안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하루 전날 똑같은 말을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한테도 들었다. 그는 “기재부로부터 올해 3분기까지 집행하지 않은 사업비를 줄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맞지만, 절대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국악원 관계자에게 질문을 바꿔 물어봤다. “강압에 의해 공연이 취소된 게 아니니 다시 공연을 할 수도 있느냐”고. 그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장담은 못한다”고 얼버무렸다.

공연계에서 예정했던 공연을 취소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제작사 사정으로 무대에 서는 출연자만 바뀌어도 신문에 기사화되고, 관련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그만큼 공연은 관객과의 약속이 생명인 장르다. 이번 국악원 공연이 취소된 게 ‘사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심각한 이유다.

더욱이 오는 30일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세종조 사신연’은 이미 작품 개발이 상당수 진행됐다는 게 국악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연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거칠긴 해도 작품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것이다.

국악원은 연말이면 빼놓지 않고 올리던 송년공연 ‘나눔’도 올해에는 없애기로 했다. ‘나눔’은 우리 전통문화를 문화 소외계층과 함께 즐기자는 뜻에서 관람료를 1000원만 받는 공연이다. 국악원 내부에서는 “이렇게 좋은 공연을 1000원만 받는 게 아까울 정도”라고 얘기할 만큼 높은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복지 지출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 적자예산을 편성한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체부 간부도 “사업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절감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며 예정된 공연마저 취소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 융성’은 어떻게 이룰 것인지 궁금하다.

김인선 문화부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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