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동생산성 제고 외에는 답이 없다

입력 2013-10-10 22:13  

일본식 불황 뒤따라가는 한국 경제
성장 열매 따려면 휴일 늘리기보다
노동혁신 통해 자본생산성 높여야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choj@sogang.ac.kr >



한국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일본 경제를 닮아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그렇고 경제성장률 추이가 그렇다. 일본의 경우 노동자 1명이 노인 1명 가까이를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사회에 안길 것이 틀림없다. 최근 아베노믹스니 뭐니 하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한 일본 국민에게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1959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은 15.5%였다. 그러나 1차 유가파동을 겪은 직후인 1975년부터 일본의 성장률은 하락하기 시작해 1993년에는 0.5%까지 내려갔다. 20년 사이 일본의 성장률이 1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매년 0.75%포인트씩 떨어진 셈인데 현대 경제성장 역사에서 아마도 이런 추락을 경험한 나라는 일본 이외에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장기불황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장기불황 시작을 1980년대 후반 거품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없지 않지만 경제성장률을 시간의 축에 대고 그려보면 당시 거품은 그다지 큰 부분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본의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끝내는 장기불황 늪에 빠지게 한 것일까.

경제성장은 노동이나 자본 같은 생산요소와 기술의 축적, 그리고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자본은 상대적으로 희소하고 노동은 풍부한 경제에서 고도성장이 일어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인강의 기적이나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한 것이 일어난 게 아니다. 노동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제에서 자본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따라서 투자가 왕성할 수밖에 없고 성장률은 높은 것이다.

심지어 노동이 풍부해 실질임금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본의 생산성이 체감하지 않는 영역까지 존재한다. 다시 말해 현대 경제성장의 기적들은 과장해서 말한다면 모두 노동의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이 그렇고 대만과 한국, 그리고 중국, 이들의 뒤를 따르는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도성장의 뒤에는 자본에 비해 양적으로 풍부하거나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설명하는 데에도 노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애리조나대의 프레스캇 교수와 일본 히토쓰바시대의 하야시 교수는 1990년대 일본 장기불황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노동공급의 감소에 따른 자본생산성의 감소와 그에 따른 투자 감소라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은 토요 휴무제를 도입하고 공휴일을 증대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에게 이런저런 휴일을 제공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 땅의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주장이다. 그들이 제공하는 것은 결국 투자 감소와 실업의 증대라는 숨겨진 독약인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성장의 함정을 타파하는 것은 노동 이외에서 찾을 수 없다. 넓은 의미에서의 노동정책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 투자와 성장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것이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구조를 정상화하는 것, 교육제도의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창의성을 포함한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 노동윤리를 제고하는 것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과제 앞에서 우리는 왜 왜소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눈에 띄는 정책과 의지가 없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저성장의 늪 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넓은 의미에서 노동과 노동시장의 혁신이다. 투자가 저조한 것은 자본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낮은 자본 생산성의 저변에는 노동의 양과 생산성,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가 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이 나라는 결국 우리 자신만큼 성장할 것이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여, 당신은 스스로의 생산성이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choj@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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