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입력 2013-10-14 21:49   수정 2013-10-15 04:15

김기창 화백 재조명 전시회
17일부터 서울미술관서



분명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생애를 그린 작품인데 우리가 상상했던 예수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인의 얼굴을 한 예수는 조선시대 선비마냥 갓을 쓰고 도포를 갖춰 입었다. 성모 마리아는 청색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댕기머리를 땋아 내렸다. 영락없이 참한 규수의 모습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했다는 천사 가브리엘은 색동 옷을 입은 선녀로, 예수에게 채찍질하는 병사들은 포졸 옷을 입고 곤봉을 들었다. 수난당하는 예수는 춘향이가 목에 썼던 칼을 걸고 있다.

내년으로 탄생 100년을 맞는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년)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회 ‘예수와 귀먹은 양’이 오는 17일부터 내년 1월19일까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운보는 청각과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거목으로 꼽힌다. 1만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을 그렸고,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인사로 분류한 뒤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4개 섹션으로 나뉘는데 그중 ‘예수의 생애’가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30점에 달하는 연작으로 예수와 성모 마리아에게 한복을 입히는 등 예수의 삶을 한국적 양식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와 세계 기독교 미술사에서 독창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예수의 생애’ 연작 중에 ‘부활’을 제외한 29점은 운보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이듬해까지 그린 작품. 당시 운보는 일가족과 함께 아내의 고향인 군산으로 피란을 떠났는데 운보와 친분이 두터웠던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삶을 한국적 회화양식으로 그리게 됐다. 이주헌 서울미술관 관장은 “운보는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예수가 꿈에 보일 정도로 성화 제작에 몰입해 1년 만에 29점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본래 29점이던 연작은 2년 후 독일인 선교사의 요청으로 ‘부활’을 그려 총 30점이 됐다.

운보는 어린 시절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이번 전시의 한 섹션인 ‘귀먹은 양’에는 갑작스럽게 침묵의 감옥에 갇힌 운보가 마음의 한을 예술로 풀어낸 작품을 조망한다. ‘태양을 먹은 새’ ‘웅시’ ‘산사’ 등이 소개된다. (02)395-010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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