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카젠버그의 웃음

입력 2013-10-20 20:58   수정 2013-10-21 05:19

‘슈렉’과 ‘쿵푸팬더’ 시리즈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울리고 웃긴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애니메이션 대표. 언제나 열정이 넘치는 그에게는 ‘카리스마버그’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스티브 잡스가 그를 찾아와 “이 컴퓨터가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며 꼬드기자 “애니메이션은 내 거야”라며 고함을 지른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은 내 딸과 데이트를 하겠다는 소리 같은데 이봐, 난 총을 갖고 있어. 내 걸 뺏어가려 하면 총으로 네놈의 거기를 날려 버리겠다고.”

세계 최고가 되려면 이쯤 배포가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카젠버그의 성공 비결을 연구한 사람들은 의외의 분석을 내놓는다. 그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웃음 코드’였다. 뉴욕대를 2학년 때 중퇴하고 파라마운트사의 우편발송부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7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도 낙천적인 기질과 창의적인 업무 스타일 덕분이었다.

34세에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업계 최하위권이었던 디즈니를 10년 만에 연매출 45억달러의 ‘황금알 거위’로 키우는 동안에도 그랬다. 그의 디즈니 동료들은 “카젠버그는 별로 아는 게 없지만 뭐든지 금방 배우는 낙천적인 사람이었다”고 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그가 오직 현장 지식만으로 숱한 명작을 내놓은 배경도 마찬가지다.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과의 불화 끝에 ‘퇴출당하고 마음 속으로 칼을 갈던 시절’만 제외하고 그는 늘 웃었다.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함께 드림웍스를 창업한 1994년을 회상하면서도 “한창 잘나가는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원했고 나는 직장을 얻었으니 최고의 궁합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익살의 힘이 ‘슈렉’ ‘쿵푸팬더’ 등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괴물이나 악당이 주인공이 되고 예쁜 공주가 때로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발상의 전환도 그의 유머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는 엊그제 세종대에서 대학생들과 만났을 때 “언제나 웃음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슈렉’이 그 대표작”이라고 소개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도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아름다운 건 웃음인데 전 아침마다 어떻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고 했다. 1년에 700시간 이상을 비행기에서 보내는 에너지의 원천도 ‘일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드림웍스의 우리말 뜻은 ‘꿈 공작소’다. 그곳에는 일과 놀이의 경계도 따로 없다고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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