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중국과 닮은 듯 또 다른 '千의 얼굴' 타이베이

입력 2013-10-21 07:08  


후텁지근한 아열대 도시 타이베이에도 가을이 왔다. 이제부터가 타이베이의 구석구석을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회색 건물, 한자 간판 뒤에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전혀 다른 나라의 흔적이 공존한다. 그 거리 위에 시간이 쌓여 자연스러운 멋이 우러난다. 타이베이의 속살을 보려면 편한 신발 한 켤레, MRT(타이베이의 지하철)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이지카드 한 장,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용산사·중정기념당…1만년 역사 대륙보다 찬란한 문화유산

타이베이에는 1만년의 역사를 가진 대륙보다 많은 유물과 전통이 남아 있다. 도시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는 중정기념당과 용산사가 대표적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시내 한가운데서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용산사는 자그마치 260세가 넘었다. 1738년에 건립된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지만 여러 차례 소실되는 수난을 겪었다. 중국 남방 양식과 대만 전통식이 조화를 이뤄 화려한 지금의 모습으로 세워진 것은 1957년이다. 불교와 도교가 공존하는 사원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대만 사람들은 꽃과 음식을 제전에 바치고 제전마다 돌아가며 향을 태우고 소원을 빈다. 여행자들도 입구에서 기다란 향 일곱 자루를 받을 수 있다. 제전마다 향 한 자루씩 향로에 던지며 소원을 빌다 보면 자신에게 소중한 일곱 가지가 무엇인지 가늠하게 된다. 그저 묵묵히 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응답도 들을 수 있는 쌍방향 기도다. 빨간 나무 조각 두 개를 바닥에 던져서 볼록한 면과 납작한 면이 각기 다르게 나오면 머지않아 기도가 이뤄진단다.

중정기념당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제스(蔣介石)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중정기념당 양 옆으로 국가희극원·국가음악청도 화려한 양 날개처럼 곁을 지키고 있다. 중국 궁전 건축 양식을 융합해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색과 선을 자랑한다. 이 세 건물을 사이에 둔 자유광장도 드넓다.

네이비와 화이트의 조화, 하늘을 향한 둥근 천장은 장제스가 이끈 국민당의 당 휘장을 연상케 하는데, 타이베이의 원산호텔을 디자인한 양줘청이 설계했다. 관광객에게는 장제스의 동상 앞에서 정각마다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이 인기다. 얼굴에서 표정은 말끔히 걷어내고 제대로 각을 잡는 근위병들을 볼 수 있다.

유황냄새 짙은 地熱谷의 뜨거운 열기…‘대만 속 일본’ 온천도시 베이터우

지열곡(地熱谷)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온천도시 베이터우의 야자수와 노천온천 사이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햇살 아래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기에도 이제 제법 시원하다. 언덕을 따라 고급 온천호텔이 즐비한 베이터우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지역이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개발했다.

온천공원을 지나 중산루를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빨간 벽돌건물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1913년 일본인들이 영국 빅토리아 양식을 모방해 지은 온천으로, 1997년 베이터우를 대표하는 온천박물관으로 변모했다. 입장료는 없지만 유적의 보전을 위해 신발은 잠시 벗어 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입장할 수 있다. 2층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널따란 다다미방은 슬리퍼마저 벗고 들어가야 한다. 1층에는 크고 작은 온천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탕 앞에는 베이터우 유황석도 자연채광 아래 자태를 뽐낸다. 세계에서 일본 대만 칠레 세 곳밖에 없는 귀한 몸이다. 1905년 이곳에서 최초로 발견돼 베이터우석이라 불린다.

박물관에서 조금만 더 올라오면 베이터우친수노천온천이 나온다. 각기 온도가 다른 3개의 계단식 탕이 전부지만 단돈 40대만달러(약 1600원)에 온천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중간에 문을 닫고 물을 갈 정도로 수질관리가 엄격하다.

베이터우 온천의 진원지, 지열곡은 조금 더 위에 있다.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의 유황 냄새 짙어지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온천 호수가 어서 오라고 뜨거운 김을 훅 뿜어낸다. 푸른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자욱한 수증기 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스팀 마사지를 받은 듯하다.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베이터우문물관은 베이터우에서도 가장 일본적인 건물이다. 120대만달러(어른)의 입장료를 내면 아예 새 양말 한 켤레를 내준다. 대만 전통 수공예도 다다미방 안에 전시돼 있다. 교토에서나 볼 법한 건물 중앙의 일본식 정원과 게이샤들이 공연을 했던 무대, 연회장을 그대로 보존해 뒀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지…‘항구 도시가 선물해 준 아름다운 시간’ 단수이

‘타이베이MRT’ 단수이선(淡水線)의 종착역은 단수이다. ‘라이단쉐이추이추이펑(來淡水吹吹風·단수이에 바람 쐬러 오세요)’이라는 표현처럼 바닷바람을 쐬며 천천히 거닐기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부터 노을이 질 무렵 한두 시간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옆길로 새지 않으려면 재래시장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의 치명적인 유혹을 잠시 뿌리치고 훙마오청(紅毛城)으로 가야 한다. 서양 사람들의 ‘붉은 머리카락’을 뜻하는 ‘훙마우(紅毛)’를 따 이곳을 훙마오청으로 부르는데, 원래는 스페인 사람들이 대만을 점령하기 위해 새운 성이었다. 훙마오청의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단수이의 풍광도 아름답다.

훙마오청을 지나면 대만 최초의 대학인 진리대 교정이 이어진다. 캠퍼스 가운데에는 영국 점령 시절 옥스퍼드대 건물을 본떠 지은 ‘옥스퍼드 뮤지엄’이 눈길을 끈다. 진리대 정문을 나와 오르막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영화배우 저우제룬(周杰倫)의 모교이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오는 담강중학교 교정이 나타난다. 옛 단수이의 세관 소백당(小白唐)의 건물과 정원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소백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여기까지 둘러본 뒤엔 강가의 산책로로 돌아가 노을을 만끽할 차례. 시간이 여유롭다면 단수이의 끝, 워런마터우(漁人碼頭)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다. 어디서든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몰을 바라보노라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팁

중국과 달리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대만은 가깝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로 가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김포~쑹산(松山)공항 노선을 이용하는 것. 티웨이항공이 주 4회 운항한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 공항버스를 타면 1시간 이상 걸리지만 쑹산공항에서 시내까지는 MRT로 20분이면 충분하다. 타이베이 도심과 근교 여행에도 MRT를 이용하면 한결 편하다. 타이베이중앙역에서 신베이터우까지는 약 30분, 단수이까지는 약 40분이면 된다. 단 단수이와 신베이터우 모두 베이터우역에서 한 차례 플랫폼을 이동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한여름 타이베이를 찾는 여행자들은 밥보다 망고빙수, 아이스크림을 찾지만 이제 망고의 철은 지나갔다. 가을엔 죽순이 제철이다. 대만식 식당에서 해산물과 죽순요리를 맛보자. 한국에 남도 음식이 있다면 대만에선 타이난 음식을 제일로 치는데 게, 새우, 문어 등 신선한 재료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즐기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죽순은 살짝 데쳐 사과처럼 예쁘게 깎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 대만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대만 관광청 (02)732-2357

타이베이=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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