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이옌 자위안닷컴 CEO "삶의 동반자 성심껏 찾아준다" 회원 1억명 中최대 중매업체 우뚝

입력 2013-10-25 06:58  

엉터리 중매업체에 열받아 '온라인 맞선'회사 직접 차려

가난 때문에 공부 포기 않는다
아이스크림 장사하며 학교 다니고 고교 졸업 후엔 공장 다니며 '열공'…후난성 우등생으로 베이징大 진학

나같은 시골 출신 도와주자
온라인 맞선으로 남편 만나 "결혼 중매업은 되는 사업" 확신
하루 수만명 가입…나스닥 상장도



“누가 당신 같은 여자를 좋아하겠냐, 못 생겨가지고…. 성공한 남자들이 널 찾을 것 같아?”

2003년 어느날. 25세 대학원생이 중국 베이징의 한 결혼중개업체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가난한 살림에 주머니를 탈탈 털어 500위안(약 8만7000원)이나 냈는데, 업체가 짝을 찾아주지 않아 항의하러 간 자리에서였다. 그는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12명의 남성에게 관심을 표했지만,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했더니 올려진 정보는 모두 가짜였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방법이 없었다. 환불도 받지 못했다. 씩씩거리며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그는 룸메이트에게 다짜고자 물었다. “웹사이트 하나 만드는 데 얼마냐, 더러워서…. 내가 결혼 중개 사이트를 만들고 말지.” 사건의 주인공은 궁하이옌. 회원 수 1억명을 자랑하는 중국 최대의 결혼 중개 사이트 ‘자위안닷컴’은 그렇게 탄생했다. 자위안은 한자로는 가연(佳緣)이다. ‘아름다운 인연’이란 뜻이다.

○가난해도 놓지 않았던 공부

궁 최고경영자(CEO)의 할아버지는 원래 땅부자였다. 하지만 문화혁명 때 숙청을 당했다. 집안은 한순간에 가난해졌다. 궁 CEO의 부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도 어려서부터 후난성 시골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았다. 중학교 때부터 수업을 쉴 때면 길거리로 나가 돈을 벌었다. 어느날,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기 위해 공장에 물건을 받으러 논길을 걸어가던 중 트랙터 한 대가 그녀를 덮쳤다. 다리가 산산조각 났다. 지금도 그의 오른쪽 다리엔 긴 흉터가 남아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집안 살림은 치료비 때문에 더 엉망이 됐다. 궁 CEO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부분의 중국 시골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TV공장에 취업해 잡일을 했다. 치료비도 보태면서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였다. 공장 취직은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납땜질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가방 끈이 짧았던 그의 부모도 “공부만은 해야 한다”고 강권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머리가 좋았다. 후난성 전체에서 최고 우등생으로 뽑혀 명문 베이징대에 진학했다. 공부는 계속 이어졌다. 난생 처음 상하이로 넘어가 푸단대에서 신문방송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자”

상하이 생활은 외로웠다. 궁 CEO는 “가족은커녕 친구도 한 명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결혼은 지역 주민들의 중매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외지인인 그는 지역 네트워크에 끼어들어갈 수가 없었다. “타지인도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도 그가 자위안닷컴을 세운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중국은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넘어왔다”며 “그들을 상대로 정보 불균형을 해소시켜주는 장사를 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위안닷컴의 첫 고객은 그의 룸메이트였다. 4일 후 다른 친구 한 명을 설득해 두 번째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그는 자신을 망신 준 결혼중개업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배우자를 맺어주려고 노력했고, 잠시 즐기기 위해 짝을 찾는 사람은 배제했다. 허위 정보도 엄격하게 걸러냈다. 궁 CEO는 “자위안닷컴은 삶의 진정한 파트너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궁 CEO도 자위안닷컴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는 돈이나 직업은 신경쓰지 않았다. 머리가 좋고, 건강하고, 가슴이 따듯한 사람을 원했다. 자위안닷컴을 둘러보던 중 흰 티를 입은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티셔츠 밑에 근육 형태가 선명했다. 과일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CEO의 권한을 ‘남용’해 바로 그 남성을 만났다. 그 남자는 길 가다 노숙자가 눈에 띄면 한 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궁 CEO는 “그 남자와 IQ 테스트를 해봤는데, 나보다 5점이 높았다”며 “바로 내가 결혼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자위안닷컴을 설립한 지 4개월 만이었다. 그는 “내가 자위안닷컴을 통해 결혼에 성공하자 ‘이건 되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더더욱 들었다”고 회상했다.

○나스닥 상장까지
자위안닷컴의 성장세는 엄청났다. 2011년 5월엔 미국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중국 결혼관련 업체로서는 최초였다. 지금은 중국 전국에 수십개의 사무실을 두고 있다. 아이리서치라는 조사업체에 따르면 자위안닷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자위안닷컴 베이징 본사 리셉션에는 두 개의 전광판이 있다. 하나는 성혼 커플 수, 하나는 사이트 등록 수를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궁 CEO는 “회원 수는 1초에 3~4명씩 늘어나고 있다”며 “자위안닷컴은 다른 업체에 비해 이혼이나 파혼율도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궁 CEO는 앞으로도 중국에서 결혼중개 사업은 유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중국의 남녀 성비 때문이다. 중국은 1980년대 ‘한 자녀 낳기’ 운동을 강하게 추진하며 남자 수가 크게 늘었다. 한 명밖에 못 낳는 상황에서 많은 가정이 딸을 임신하면 낙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남녀 비율은 118 대 100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균형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 2400만명의 남성이 결혼을 못할 것이고, 2020~2050년엔 전체 남성의 15%가 짝을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비 불균형은 사회적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결혼을 포기한 40~5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매춘업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들의 범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궁 CEO는 “고향 후난성에 가면 결혼하지 못한 남성이 너무 많다”며 “짝을 찾고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 욕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짝을 찾아주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일인 것 같다”며 “죽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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