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첨단 열처리 기술 代 잇게 하고 싶었는데…"

입력 2013-10-25 21:34   수정 2013-10-26 04:10

50년 꿈 결국 접은 老기업인의 좌절…구인난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
뿌리기업들 "특단대책 없으면 5년내 기능인력 代끊겨"




50년 가까이 익힌 첨단 열처리 기술을 내국인에게만 전수하려던 노(老)기업인의 꿈이 꺾였다. 창원에 있는 한국열처리의 창업자 이희영 회장(73)은 2005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다 내보내고 내국인만으로 공장을 돌렸다. 첨단기술을 내국인에게 가르쳐 기술의 대(代)를 잇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최근 이 꿈을 포기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작년에 2명 뽑은 데 이어 올해는 8명 충원했다. 창원공장 전체 근로자 50명 중 20%인 10명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운 것이다. 모두 중국동포들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젊은이들이 ‘뿌리산업’인 열처리 분야를 기피하는 데 있다. 이 회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임금을 조금 더 주면 내국인 젊은이를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공고나 전문대를 돌아다니며 회사로 오라고 아무리 읍소해도 한 명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25세인 1965년 일본으로 건너가 용광로 앞에서 코피를 쏟아가며 기술을 배운 뒤 50년 가까이 ‘열처리 외길’을 걸었다. 그 결과 열처리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항공기 동체와 프로펠러 등 항공기 부품을 열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하중을 지탱하는 랜딩기어 열처리 자격도 갖고 있다. 탱크의 캐터필러를 비롯해 각종 방산장비와 기계 부품 열처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 기술을 배울 젊은이들이 이 회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열처리가 내국인 기능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접은 데는 수익성 악화도 한몫했다. 이 회장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는 돼야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며 “3년 전까지는 그런대로 이런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3%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전기요금 상승이다.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피크타임 전기요금 할증제’가 도입되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피크요금제는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적용되는데, 최대 부하시간대 요금은 중간 부하시간대보다 50~75%가량 비싸다.

이 회장은 “열처리는 제품에 따라 6~48시간 동안 전기로에 쇠를 넣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피크타임이라고 해서 전기를 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을 전기요금이 비싼 낮에는 놀리고, 상대적으로 싼 야간에만 작업을 시킬 수도 없다.

주보원 금속열처리조합 이사장은 “전기요금이 열처리업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35%”라며 “전기요금 피크제와 잦은 요금 인상으로 전국 1300여개 열처리업체 중 상당수가 경영난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생산원가가 오르니 경영실적이 나빠지고, 직원 대우를 개선하지 못해 인력난이 가중되고, 결국 기능인력 양성이 단절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뿌리산업 기업들도 젊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엔진의 핵심 부품인 실린더 라이너를 만드는 주물업체 광희는 40세 이하 한국인 근로자가 없다. 자동차부품 도금업체 대한지엠피는 50세 이하 한국인 근로자가 없는 상황이다. 신규식 대한지엠피 사장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5년 내 한국인 근로자의 대가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기업은 개별 기업이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뿌리산업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창원=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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