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의 보금자리' 후지산, 옛마을서 바라보다

입력 2013-10-28 07:08  

일본 야마나시현

전통가옥과 후지산…역사·자연의 만남
양조장서 와인 즐기고 미술관 관람도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전원 풍경을 보면 이곳이 일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자동차들이 좌측통행을 한다는 점,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가나로 가득 찬 도로 표지판이나 광고판을 제외하면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설렘보다는 마치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뵈러 시골로 내려가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다.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누출 문제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끄러운데도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은 까닭은 이런 기분 때문이 아닐까. 이곳은 바로 야마나시현이다.

○만년설로 뒤덮인 후지산의 고장

야마나시현은 일본 열도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혼슈(本州)의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자연미가 풍부한 지역이다. ‘후지산의 고장’이라는 별칭답게 야마나시현 남부에는 일본 최고의 높이(3776m)를 자랑하는 후지산이 있어 매년 국내외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최근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이곳에 대한 관심과 발걸음이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해발 2305m에 자리한 고고메(五合目)는 후지산의 웅장한 풍광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후지산 등산 코스를 정상까지 10으로 나눴을 때 절반이 되는 위치가 고고메다. 후지산의 중턱을 의미한다. 고고메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데도 도로가 깔려있어 쉽게 차로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오합목이라는 명칭이 붙은 연유를 알고, 뭉게구름이 자신의 발밑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나서야 꽤나 높은 곳에 서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바로 눈앞에 우뚝 서서 구름 사이로 살짝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후지산 정상을 바라보는 기분은 흡사 설화 속의 신선들이 사는 보금자리를 보는 것 같은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다만 아직은 가을이라 후지산을 연상하면 흔히 떠오르는, 만년설로 뒤덮인 정상은 아니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고고메 외에도 야마나시현에서 후지산이 바라보이는 명소는 참 많다. 그 중 ‘사이코 이야시노 사토 넨바(西湖 いやしの 里根場)’는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비슷한 전통가옥 마을이다. 예전에 이곳은 ‘투구조형’의 띠지붕 민가가 늘어선 것으로 명성이 높은 마을이었다. 1966년에 태풍의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마을 대부분이 유실됐다. 40여년이 흘러 옛날 모습을 재현한 띠지붕 마을과 후지산의 경치가 되살아나고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무대로 재탄생했다. 현재 20여채의 전통가옥은 일본의 옛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옛 생활과 관련한 자료를 보여주는 곳, 기념품 매장과 식당 등으로 조성돼 있다. 이곳의 전통가옥은 억새를 엮은 이엉으로 지붕을 만드는 데, 우리의 초가지붕과 달리 날카로운 직선이 독특하다.

○일본 최대 와이너리

‘포도와 와인의 고장’이라는 야마나시현의 홍보 문구처럼 이곳에서는 앞마당의 지붕을 뒤덮는 소소한것에서부터 드넓은 대지에 펼쳐진 포도나무를 비롯해 이를 와인으로 가공하는 와인양조장(와이너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야마나시현은 높고 험준한 산맥으로 인해 구름이 차단돼 기후가 건조하고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한 분지로 돼 있어 포도의 생장에 적합하다. 덕분에 가마쿠라(鎌創) 및 에도(江戶) 막부 시대부터 포도 재배가 성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와인산업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일본 와인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일본 최초의 와인이 이곳에서 빚어졌으며 1877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와인양조장도 이곳에 있다.

현재 90여개의 양조장들이 몰려 있으며 고후(甲府)와 가쓰누마(勝沼) 두 곳의 양조장이 특히 유명하다. 일본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샤토 메르시앙’과 일본 특유의 개성을 보이면서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는 ‘그레이스 와이너리(中央葡萄酒)’와 같은 대표적인 와인양조장도 여기에 있다. 이들 업체는 관람객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포도밭 투어에 이어 직접 와인 제조까지 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샤토 메르시앙’은 일본 최초의 와인양조장답게 야마나시현의 유형문화재로도 지정돼 독자적인 자료관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일본 와인의 탄생과 변천사, 메이지 시대 이후 실제로 사용된 양조기구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일본 와인의 레이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브랜드가 바로 고슈(甲州)다. 화이트 포도종으로 일본이 가꾸고 찾아낸 토종 품종인데 중심 재배지가 바로 이곳 야마나시현이다.

○아름다운 정신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고장

구보타이치쿠(久保田一竹)미술관은 기모노에 그려놓은 그림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구보타이치쿠를 기념해 설립됐다. 적송이 빼곡한 자연림 속에 세워진 미술관의 본관은 1994년에 개관했으며 1000년이 넘은 노송을 잘라 세운 16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이다. 전통적인 기법과 현대적인 통나무 공법을 융합해 이루어낸 목조물이다. 자체 염색기술을 이용해 대표작인 ‘광향’ 연작을 비롯해 후지산을 테마로 한 문양이 담긴 일본 전통 의상들이 전시돼 있다. 1997년 개관한 신관은 류큐 석회암 원기둥으로 이뤄진 회랑이 있는 독창적인 건축물로, 마루 역시 류큐 석회암으로 깔고 벽은 산호를 태워 분말로 만든 후 짚과 혼합해 발효시킨 회반죽을 발랐다. 이곳에는 구보타이치쿠가 수집한 오래된 보석이나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고 독특하면서 개방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외 무대가 마련돼 많은 공연이 펼쳐진다.

‘아사카와 형제 자료관’은 일제강점기 조선 도자기 연구에 생애를 바친 아사카와 노리타카와, 조선의 산과 민예를 사랑해 이를 연구하며 살다간 그의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의 공적을 기념해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의 전화 속에서도 살려내고자 했던 귀중한 자료인 다쿠미 일기를 비롯해 아사카와 형제의 각종 유품과 기록, 영상물 등이 전시돼 있다. 이를 보면서 억압과 지배가 당연시됐던 시대에 이들이 얼마나 한ㆍ일 양국의 우호 친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여행팁

인천에서 나리타나 하네다까지는 대략 2시간이 걸린다. 야마나시현은 나리타와 하네다공항 어디서든 갈 수 있다. 전차로 가려면 조금 복잡하다. 하네다공항에서 신주쿠를 거쳐 가와구치역까지 대략 2시간30분 걸린다. 나리타공항에서는 나리타특급(익스프레스)을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신주쿠역에 도착한다. 나리타공항에서 가와구치역까지는 대략 3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야마나시에선 이사와 온천마을과 시모베 온천마을이 유명하다. 특히 시모베 온천마을은 유명온천 100선에 꼽힐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사와 온천에서는 매년 봄이 되면 복숭아꽃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야마나시의 명물은 호토다. 호박 감자 토란 배추 표고 버섯 등이 풍부하게 포함된 면요리인 호토는 야마나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최지운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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