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관광하며 번거로운 김장까지…어깨 짓누른 스트레스 훌훌~

입력 2013-11-04 06:58  

김장 체험여행

배추 절여놓고 양념 모두 준비…각종 양념 뒤섞어 비비기는 내 몫…머리 무거운 김장이 축제 한마당
반나절 김장 끝나고 여흥은 '덤'…인절미 만들기·트랙터 마차타기…다양한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몰라
11월 김장체험 진행마을 14곳…양평농촌나드리·수미마을…해당마을 상품 예약하면 '끝'



[ 최병일 기자 ]
전화 한 통이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서나 절임 배추를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각종 양념과 젓갈만 대기시켜 놓으면 된다. 김장의 절반은 배추를 씻고 절이는 일인데 그게 해결됐으니 김장은 ‘식은 죽 먹기’라야 맞다. 하지만 김장은 여전히 명절 준비처럼 주눅 드는 일이다. 고춧가루, 마늘을 비롯한 양념을 잘 만드는 일이 만만찮고,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라 할 때마다 서투른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파는 걸 사 먹자니 믿을 수 있는지가 걱정이다.

○농촌으로 떠나는 김장체험 여행

김장 담글 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면 훌훌 털고 김장여행을 떠나보자. 이른바 농촌으로 떠나는 ‘김장체험’이다. ‘체험’이라는 말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배추 뽑기부터 다듬어서 절이기까지 다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하자면 1박2일도 모자란다. 그건 ‘체험 삶의 현장’이다.

체험이라는 말은 원래 능동적인데 체험여행은 수동적이다. 김장체험 현장에는 수십년 갈고 닦은 김장 선수(?)들이 배추도 절여놓고 양념도 이미 준비해 놓았다. 각종 양념을 섞어 비비는 것만 체험객들의 몫이다. 체험객들의 솜씨가 영 서투르다 싶으면 마을분들이 도우미나 체험지도사로 나서서 도와주니 그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김장을 준비하는 체험마을에서는 대개 새우젓이나 멸치액젓을 준비해 놓으므로 갈치속젓이나 굴 따위의 다른 재료를 넣고 싶으면 직접 가져오면 된다. 김장을 할 땐 돼지고기를 푹 삶아 갓 담근 김치에 싸서 먹는 게 별미 중의 별미다. 체험마을에서 수육을 준비해준다.

○신나는 트랙터마차…논에서 골프놀이

김장축제에 와서 달랑 김장만 해간다면 서운하다. 별로 한 건 없지만 반나절을 김장에 쏟아부었다면 이제 여흥도 좀 즐길 때다. 김장체험을 하는 마을마다 준비한 놀이는 다양하다. 양평의 수미마을은 떡메로 쳐서 인절미 만들어 먹기, 밤 굽기, 빈대떡에 막걸리, 연날리기, 트랙터 마차타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 마을의 트랙터 마차는 꼭 한 번은 타봐야 할 체험거리다. 농로를 점잖게 다니는 여느 트랙터마차가 아니다. 마차가 억새 숲을 헤치고 나갈 때면 마차 안으로 억새가 밀려들어와 사정없이 볼을 때리기 일쑤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니 똑바로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 오죽하면 임산부는 타지 못하게 할까. 그렇게 억새숲 탐방을 끝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트랙터마차가 하천으로 뛰어든다.


마치 황소가 날뛰는 것 같다. 자지러지는 소리가 온 마을에 퍼진다. 가끔 물 한복판에서 후진이라도 하면 승객이 탄 객차의 바닥은 온통 물바다가 되고,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체험객들은 발을 적시기 일쑤다. 짓궂은 장난을 즐기는 것처럼 마부는 태연하다. 그러니 이 마을 트랙터 마차를 탈 때면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고 헬렐레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정적인 농촌여행 속에서도 이렇게 역동적인 즐거움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양평 질울 고래실마을에는 다삐구·나무수레 씽씽 등의 놀이가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하는 ‘다삐구’는 일종의 골프다. 그래서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독특하게 만든 나무수레를 기차처럼 서로 연결해 언덕길을 내려오는 ‘나무수레 씽씽’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무바퀴로 된 수레가 우르릉 굉음을 울리며 언덕길을 내려간다. 막상 수레에 앉으면 롤러코스터가 아래로 내리꽂히기 전처럼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덤으로 얻는 낯선 이들과의 어울림

“체험 프로그램은 여러 가족을 한 모둠으로 묶어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같은 목적으로 체험여행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친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모르는 사람끼리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잖아요. 또 그렇게 만들어드리는 게 우리 체험지도사들의 몫이고요.”

양평에서 체험지도사로 일하는 손용희 씨(58)의 말이다. 가족끼리 여행을 하지만 마을에 오면 단체의 일원이 된다. 한 가족이 언제 단체의 일원이 된 적이 있었던가. 이 또한 다른 가족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교대로 떡메를 치고, 뗏목의 삿대를 나누어 젓다 보면 처음의 서먹함은 이내 사라지고 아무런 이해 관계 없이 낯선 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여행의 묘미는 이런 데 있는 것이리라. 주 5일 근무제로 바뀐 다음부터 주말 특히 토요일에는 체험객들로 마을이 몹시 붐빈다. 그런데도 그런 번잡함이 오히려 즐겁다. 축제는 그런 것이다. ‘기대 만빵’으로 나서보자. 인솔은 체험지도사가 알아서 다해주니 그저 믿고 즐겁게 따라가다보면 돌아오는 길에는 시골 인심도 바라바리 담아오게 된다.

○본전 생각 안나는 농촌 쇼핑

농촌체험의 묘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이다. 직접 보고 만졌던 농작물을 살 수 있는 체험이다. 체험마을에는 없는 것이 없다. 과수나 일반 농작물은 물론이고 더덕이나 잣과 같은 임산물, 노루궁뎅이 버섯 같은 약용버섯, 심지어는 산삼까지 있다. 농작물 구매형 체험상품은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믿음이 간다.

요즘 농촌 체험마을을 일컬어 6차 산업이라고 한다. 원시생산의 1차 산업에 제조업을 말하는 2차, 3차의 서비스 산업을 더하면 그 합이 바로 6차다. 말 그대로 생산과 제조·유통·서비스가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다. 체험객은 일련의 과정을 직접 보고 개입하며 상품을 구매한다.

고래실마을의 이서영 사무장은 “마을 공동사업은 고용 창출이 목적이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는 일반 기업하고는 많이 다르다”며 “이익을 축적하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체험상품에는 딱 시골 인심이 묻어날 만큼의 가격만 매겨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고래실마을은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남한강을 옆에 끼고 가다보면 양평군에 들어서는 초입에 있다.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인데도 전원주택단지처럼 되지 않고 시골의 인심과 정서가 흠씬 묻어나는 곳이다. 체험객이 불편해하는 일이 생기면 늘 회의를 통해 반성하고 고친다는 게 이 사무장의 설명. 서비스업에 한 번도 종사해 보지 않은 동네 어르신들의 서비스 정신이 백화점 직원 못지않다고 자랑한다. 게다가 찾아온 손님을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시골정신’은 결코 본전 생각 들지 않게 한다고 장담한다.

○김장축제 어느 마을에서 하나

양평은 많은 구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제초제가 아예 군내에서 거래도 되지 않고 살포도 금지된 청정지역인 데다 서울에서 가까워 체험마을이 많다. 양평군 안에 20개가 넘는 체험마을이 있으며, 11~12월에 김장체험을 진행하는 마을만 모꼬지마을, 보릿고개마을, 별내마을, 수미마을 등 16개다.

㈔양평농촌나드리(031-774-5427) 홈페이지(ypnadri.com)에서 양평의 여러 마을에서 진행하는 김장 관련 체험상품의 일정표를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양평 체험마을들은 12월까지 김장체험축제를 벌이는데 1인당 김치 2㎏과 수육, 체험프로그램을 포함해 2만5000원. 김치를 추가하려면 1㎏당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김장 이외의 상차림이나 놀이 프로그램 종류는 마을마다 다르다. 김장체험을 위한 앞치마, 고무장갑, 김장비닐과 통, 여벌옷 등을 각자 준비해야 한다. 경기도 내 유일한 마을 기업인 수미마을(soomyland.com)에서는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마을의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031)775-5205

안석훈 체험여행 전문가 ridge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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