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숲·호수·강 따라 만나는 대자연의 '민낯'

입력 2013-11-11 07:08   수정 2013-11-11 08:39

여행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칭송받는 호주 남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진 243㎞의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 해안을 직접 걸으며 대자연을 체험하는 워킹 코스나 작은 헬기에 몸을 싣고 20분 남짓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내려다보는 헬기 투어도 분명 스릴 넘치고 액티비티하지만, ‘그레이트 알파인로드(Great Alpine Road)’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오션로드가 현재형 투어라면 알파인로드는 미래형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호주 알프스의 심장부, 알파인 국립공원

빅토리아주 동북부 왕가라타에서 깁스랜드 바이언스데일에 이르는 300㎞의 그레이트 알파인로드.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호주 사람들에겐 인기 있는 루트 중 하나다. 호주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인 이 길은 루터글렌 와인 생산 지역을 지나 파우더 눈의 본고장인 호담 산의 알파인리조트와 광활한 깁스랜드 호수를 아우른다. 머레이에서는 산악자전거를, 루터글렌에서는 와인과 함께 현지 고급 요리를 맛보고, 알파인 국립공원에서는 스키나 부시워크(트레킹의 호주식 표현)를 즐긴다. 이른바 호주 알프스의 심장부에서 느끼는 오감만족의 종합선물세트 여행인 셈이다.

그레이트 알파인로드의 시작점인 왕가라타는 매년 11월이면 재즈축제로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맨 먼저 향한 곳은 내셔널 트러스트가 빅토리아의 중요 도시로 선정한 골드러시 마을인 비치워스. 1800년대 금광도시의 번영을 증명하듯 마을 곳곳에 웅대하고 인상적인 건물들이 눈에 띈다. 그중 예전에 법정으로 사용된 방문자센터 뒤편의 감옥이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히스 레저가 주연한 영화 ‘네드 켈리’의 실존 인물이자 악명높은 무법자였던 네드 켈리(1854~1880)가 갇혔던 곳이다.

빅토리아의 지붕, 고메이 퀴진

비치워스에서 나오니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진다. 아무 생각 없이 스쳐지나간 곳은 바로 그레이트 알파인로드의 유명한 고메이(Gourmet·식도락) 지역인 킹벨리다. 그중 샘 미란다 와이너리는 3대를 이어온 가족경영에서 배어 나온 장인정신을 미각을 통해 추억으로 저장하게 하는 장소다. 와이너리의 레스토랑은 음식과 와인 애호가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창 밖 잔디밭 너머로 펼쳐지는 포도원의 아침은 아름다운 전망을 내어주고, 뒤이은 간단한 산책과 호텔 자전거를 이용한 포도밭 나들이는 여행의 즐거움을 새삼 일깨운다. 그레이트 알파인로드는 포도원을 거쳐 가장 많은 호주인들이 여생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브라이트로 방향을 잡는다.

브라이트는 말 그대로 밝게 빛나는 곳이다. 동네에는 마치 서부시대에서 굴러나온 듯한 소품들과 자그맣고 눈길 끄는 상품들로 가득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곳곳이 맛집이어서 조용히 음식을 주문하고 난 뒤 가게 장식품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브라이트에는 찬란한 미타미타강의 지류가 흐른다. 동네 어귀 어느 곳에서나 플라이 낚시를 휘두르다 보면 팔뚝만한 무지개송어와 브라운송어가 쉽게 잡힌다. 이곳에서도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어느새 낚시하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잔뜩 모였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가 된 느낌이다. 저녁 바비큐를 위해 팔뚝만한 송어 몇 마리를 건져 강에서 나왔다.

태고의 신비 간직한 마운트 버팔로

브라이트에서 플라이낚시를 즐긴 뒤 마운트 버팔로로 방향을 잡는다. 국립공원인 버팔로산(1500m)에선 특유의 아름다운 화강암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위와 절벽, 폭포, 고산 호수와 숲이 조화를 이루는 데 1월 최저기온 10도, 최고기온이 20도 정도여서 사계절 내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여름에는 카누, 수영, 승마, 자전거 타기, 암벽 등반과 행글라이딩, 현수 하강을 즐기고 겨울에는 활강과 크로스컨트리 등으로 설원을 누빈다.

1910년에 지어진 버팔로 샬레, 아름다운 전망의 크고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에서 밀라와 와인, 치즈, 올리브, 빵, 머스터드를 챙겨 점심 소풍을 나섰을 때였다. 행글라이더가 눈앞 절벽 가장자리에서 이륙하는 모습은 선망과 경외의 혼합물로 보였다. 산 정상부에서 내려 아름다운 계곡인 벅 리버 밸리를 따라 짧게 드라이빙했다. 협곡으로 빨려 들어가듯 이동해 알파인센터에서 카누를 빌리고, 강을 떠내려가며 하는 둥 마는 둥 여유로운 패들링으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추천하는 코스는 정상 부근의 트레킹이다. 오후 느지막이 게으른 트레킹을 하다보면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는 흔들바위가 군락지를 이루듯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해질녘에 이곳을 트레킹한다면 마치 선사시대로 되돌아간 느낌마저 들 정도로 원시적인 태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리막길 오메오(Omeo)로 향하는 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레이트 알파인로드는 다양한 강과 개울을 따라 광범위하게 형성된 숲을 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며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잘 가꿔진 대자연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적 재부를 공유하고 싶다면 좀 더 멀리 눈을 돌려보자.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거리 정도를 일반 차량이든 캠핑카든 타고 달리는 여정은 말 그대로 위대한 길이 될 것이다.

빅토리아(호주)=허준규 캠핑전문가 campingii@naver.com

■ 여행팁

인천에서 호주 시드니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베트남항공 남방항공 말레이시아 항공 등은 항공료가 싸지만 대부분 다른 곳을 경유한다. 인천에서 시드니까지는 대략 12시간이 걸린다. 시드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탄 뒤 빅토리아주의 멜버른이나 캔버라로 들어간다.

대개 투어는 멜버른에서 시작된다. 멜버른 시내에서 그레이트 알파인로드가 시작되는 왕가라타까지는 252㎞로, 내셔널 하이웨이를 이용해 차로 이동하면 약 2시간30분이 걸린다. 그레이트 알파인로드는 연중무휴다. 겨울 눈 시즌에는 스노 체인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멜버른에서 차량으로 그레이트 알파인로드 곳곳을 살펴보고 체험하는 상품이 캠핑협동조합(campingcoop.or.kr)에 마련돼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홈페이지(korean.visitmelbourne.com)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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