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아키오 미라이공업 CEO, 어떤 아이디어라도 현금 보상…70세 정년에 연간 휴가는 140일

입력 2013-11-15 06:58  

"사원이 즐거워야 회사도 큰다"…48년 연속흑자 신화 이룬 승부사

가업엔 관심없던 후계자…중학교 졸업 후 아버지 회사 입사
연극에 빠져 살다 해고 당해…뒤늦게 전기설비회사 차려 성공

채찍없이 '당근' 만으로 키운 회사…최고 대우하면 최고의 능력 발휘
사람에 대한 투자로 기술력 확보…연평균 경상이익률 15% 질주



[ 강영연 기자 ]
“인간은 말이 아니기에 당근과 채찍의 조화는 필요없다. 당근만 주면 충분하다.”

금속탐지기, 스위치 박스 등 전기설비 자재를 생산하는 미라이공업의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 사장은 평소 이렇게 강조한다. 사원들에게도 늘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원이 즐거워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도 외부의 상상을 초월한다. 직원 모두가 정규직 종신고용이며, 정년 70세가 보장된다. 직원들은 하루평균 7시간15분 동안 일하고 1년에 140일 이상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육아휴직 기간은 3년이다. 아이가 3명이면 9년을 쉬는 셈이다. 직원들은 5년에 한번씩 회사 부담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적자를 내고 곧 망할 만한 파격적인 복지다.

이런 식으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을까. 예상과는 달리 미라이공업은 1965년 창업 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알짜회사다.

◆작은 개선 거듭해 혁신 이어가
야마다 아키오 사장은 중학교를 졸업한 때인 1947년 부친인 야마다 가즈히코가 운영하는 ‘야마다 전전 제조소’에 들어갔다. 성실한 후계자는 아니었다. 회사에 특별한 애정이 없었고, 일을 못 해도 결국 자기 회사가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졌다. 당시 유행하던 연극에 빠져 1950년 극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이 15년 이상 계속됐다. 부친은 결혼을 하고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아들을 1965년 해고하고, 인연을 끊겠다고 했다.

날벼락 같은 의절 선언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퇴직금도 한푼 받지 못했고, 나이도 많아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진 밑천은 중졸의 학력과 아버지 회사에서 다루던 전기설비에 관한 지식이 전부였다. 야마다 사장은 1965년 8월 친구들과 함께 자본금 50만엔을 모아 ‘미라이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첫 제품은 ‘투명 조인트박스’. 전선보호장치인 조인트박스 시장은 세계적인 기업인 마쓰시타전공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미 나온 제품과 같은 것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전기설비 제품이라 법적 규제가 많아 디자인이나 기능을 차별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마다 사장은 아주 작은 변화를 준 제품을 생각해냈다.

기존 제품은 나사를 끼울 때 나사가 패널에서 자꾸 떨어져 번거로웠다. 야마다 사장은 나사 구멍을 조금 꺼끌꺼끌하게 해 패널만 잡아도 나사가 빠지지 않도록 제품을 만들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시장에선 큰 호응을 얻었다. 시장 선도자였던 마쓰시타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야마다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동그란 모양의 조인트 박스 외에 네모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또다시 성공이었다. 한 달에 2만개 이상의 조인트박스가 판매됐다. 개당 10엔 정도로 약 20만엔의 월매출을 올렸다. 당시 회사 자본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직원들의 의욕 끌어올리는 경영자

야마다 사장은 회사에서 직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활동의 경험에서 나온 원칙이다. 그는 “일단 막이 오르면 연기는 배우에게 맡겨야지 연출자는 개입할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극은 망해버린다”며 “기업도 사원이 스스로 감동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는 일에 집중했던 야마다 사장은 1974년 전 직원 50명과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월매출 1억엔을 달성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전 직원을 데리고 여행간 것은 일본에선 처음으로, 당시 방송에서 다룰 정도였다.

휴가도 많이 준다.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지는 ‘골든위크’ 때는 10일을 쉰다.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8월 중순) 시즌의 휴가도 일반회사는 4일 정도 쉬지만 미라이공업은 열흘간 쉬게 해준다. 샌드위치 연휴가 있으면 무조건 휴무다. 이러다 보니 1년 동안 휴가만 140일에 달한다. 강제로 시키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어떤 일도 강요하지 않는다. 제조업체이지만 작업복이나 제복조차 없다. 원하는 사람은 입을 수 있게 마련은 해뒀지만, 입기 싫은 사람에겐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당근’을 준다. 야마다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인사, 급여 외의 어떤 아이디어든지 내기만 하면 현금 500엔을 지급한다. 이렇게 쌓인 아이디어가 매년 1만건을 넘는다.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본인 자리의 전원스위치를 각자 관리하도록 한 것도 직원의 아이디어였다. 실용신안과 의장 등 현재 미라이공업이 갖고 있는 공업소유권 수는 2300건이 넘는다. 미라이공업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98%가 특허 제품일 정도다.

야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최고의 사원으로 대우해주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야마다 사장은 “회사는 우수한 인재 20%와 평범한 직원 80%로 구성돼 있다”며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이 비율이 더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평범한 인재의 성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그들에게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엔 엄격…제품 값은 고수

사원들에겐 너그럽지만 불필요한 낭비엔 엄격하다. 회사 복도 등에 조명도 되도록 켜지 않아 미라이공업 본사의 복도와 현관은 어두컴컴하다. 사내 조명기구에는 하나하나 줄로 연결된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직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끄도록 한다. 본사엔 330명의 직원이 있지만, 복사기가 한 대뿐이다. 꼭 필요한 복사만 하도록 하고, 모든 복사는 이면지를 사용한다.

이윤을 내기 위한 전략도 분명하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철칙이다. 생산비용을 줄이지 못하면서 제품 가격만 내리면 이윤을 확보할 수 없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제품을 차별화한다. 야마다 사장은 “가격은 조금 높아도 제품의 질이 좋고 편리하기 때문에 꾸준히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원칙으로 출범 당시 50만엔(약 500만원)이던 자본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554억2100만엔으로 48년 만에 1만배 이상 늘어났다. 연평균 경상이익률은 15%에 달한다.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이 3%대 이익률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의 성과다. 지난 상반기(3월21일~9월20일·미라이의 회계연도 기준)에는 매출 168억5400만엔으로 전년 대비 12.5% 늘어났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미라이공업은 2003년 미라이주식회사를 도쿄, 오사카와 함께 일본 3대 증권거래소인 나고야 증권거래소 제2부에 상장시켰다. 미라이정공, 미라이운수, 미라이기연, 미라이화성, 신보전기 등 12개의 관계사를 소유하며 ‘미라이그룹’으로 거듭난 것이다. 야마다 사장은 “현재는 미라이공업의 이익으로 다른 자회사들이 먹고 살고 있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회사들은 미라이공업을 제외한 다른 거래처의 매출에서 50% 이상을 차지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20%까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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