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들'의 영토전쟁] 정부 지원 예산만 10조…中企 "범위축소 수용 못하겠다"

입력 2013-11-18 21:04  

중소기업, 중기청 개편안에 반발

매출기준 1500억원서 800억원으로 낮춘 정부안
통과되면 중기중앙회 회장단 등 1300개 中企 탈락
77개 혜택 사라지고 규제만 20개 새로 생겨



[ 박수진 기자 ]
‘중소기업 기준 논란’은 올해 초 중소기업청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견기업 수를 1422개(2011년 기준)에서 2015년까지 4000개로 늘리겠다고 보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기청은 “중견기업을 본격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기준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중견기업법 제정과 소상공인 법정 단체 출범 등과 맞물리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 간 갈등이 증폭돼왔다.

○중기 “매출기준 올려야 하는데…”

중기청은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초 개편안을 내놨다. ‘상시근로자 수와 자본금 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했던 중소기업 범위를 ‘매출’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6개 업종군도 3개군으로 단순화하겠다는 내용이다. 1500억원이었던 매출 상한액을 △제조업 800억원 △운수업 600억원 △숙박·음식업 400억원 등으로 각각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변태섭 중기청 정책총괄과장은 “매출과 같은 기업성과를 기준으로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다”며 “유럽연합(EU)의 매출액 기준(5000만유로, 약 770억원 이하)을 준용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내용이 공개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8일 언론에 반박 자료를 뿌렸고, 지난 14일에는 토론회를 열어 정부안을 공격했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예컨대 구리값만 따져도 10년 전 당 230만원에서 지금은 900만원으로 올랐다”며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매출액이 늘게 돼 있는데 10년 전보다 (중소기업의) 매출 기준을 낮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며 숫자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대학교 실험실까지 사업장으로 인정해 숫자를 부풀린 사례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중견기업 4000개 육성 목표를 중소기업 졸업 숫자를 늘려 맞추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은 “중기 범위를 재조정하려면 현재 상황과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중기청이 시간을 두고 기준조정 작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회장단도 졸업?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청의 개편안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정부 예산’ 문제가 깔려있다. 정부는 올해 13개 부처에서 203개 사업을 통해 10조867억원(세금경감액 포함)을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920개 사업(2조2112억원 규모)은 별도다.

중소기업 범위가 축소돼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그동안 받아왔던 투자세액공제(투자금의 3%) 등 각종 세감면 혜택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과 고용, 판매촉진 지원 대상에서 모두 빠진다. 3년간 유예 등 일부 예외적인 조건이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77개 지원책이 끊기거나 줄고, 공공조달 시장 진입 때 규제를 새로 받는 등 20개 장벽을 만나게 된다.

중기중앙회는 중기청이 제시한 방안대로 중소기업 범위가 축소되면 1302개 기업이 중소기업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김기문 로만손 회장과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 정태일 한국OSG 회장 등 중기중앙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 중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정부 “업계의견 더 듣겠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지원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져 생긴 ‘성장 기피증(피터팬 증후군)’을 완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 범위를 축소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중기청은 한발 물러섰다. 김진형 중기청 중기정책국장은 “업계 의견을 더 들어보고 결정 시기도 늦출 생각”이라며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내부적으로 매출 기준을 800억원에서 1000억~1200억원(제조업 기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물가 또는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중소기업 기준을 정기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과 중기 졸업 후 5~10년간 단계적으로 지원을 줄여가는 ‘지원 슬라이딩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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