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新냉전의 데탕트를 위해

입력 2013-11-20 21:25  

"과거사에 묶여 냉랭한 한일관계
대립 심화돼 임계점 넘어선 안돼
우호관계 프레임서 갈등 풀어야"

김호섭 <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interkim@cau.ac.kr >



2012년 하반기 이래 한·일 최고지도자 및 외무당국 간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기류는 지난해 8월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본 왕에게 과거사 사죄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형성됐다.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더욱 차가워졌으며, 올 2월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간 반목을 지속하고 있다. 전 정권이 남긴 대일 외교의 부담을 그대로 계승하는 모양새다.

한·일 간 대립의 초점은 과거사 인식차이와 독도문제다. 두 현안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박 대통령이 두 현안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형식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일본의 일부 정치가들의 역사인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외교 당국은 대통령의 외교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관계개선을 위한 대일 외교를 구사할 영역이 매우 좁아졌다. 둘째, 정권 초기부터 일본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역사인식 문제를 이유로 일본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경우는 주로 정권 후반기에 있었다. 낮아진 지지율을 대일 강경외교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를 국제문제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일본 아베 내각을 압박하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과거에 눈감는 자들은 미래를 볼 수 없다”고 연설했다. 11월 유럽 순방 때는 현지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가들의 역사퇴행적 언행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발언했다.

박 대통령의 국제 외교무대를 통한 대일 압박은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노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지난달 초 미·일 외무방위 각료급협의(2+2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은 치도리가후치 전몰자묘지를 참배했다. 이 방문은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일 및 일·중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미국의 메시지였다.

외교대립이 격화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외교 목표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려하면서 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국제사회에서까지 과거사 인식차이에 관해 일본을 비판하고,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한·일 관계는 대립과 반목이 심화돼 임계상황을 넘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일 외교목표는 첫째 과거사 및 독도 현안의 해결, 둘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우호관계의 확대, 셋째 일본을 한반도 통일의 우군으로 만드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외교목표는 국익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잘 배열해야 하며, 이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만이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대일 외교목표가 과거사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그 목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외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 한계 속에서 수행된다. 아무리 고매한 명분이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국력과 자원이 부족하면 공허한 이상이 되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과거 정권들도 과거사 현안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못 했지 해결할 의지가 약해서거나 혹은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만약 한·일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돼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한국과 일본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한국보다 일본이 선택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일본과 우호관계를 지속한다는 큰 외교목표 테두리 안에서 갈등요소를 처리할 필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김호섭 <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interkim@ca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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