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선 구경, 주문은 온라인…쇼루밍 대응 전략

입력 2013-11-29 06:59  

LGERI 경영노트 - 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jhwang@lgeri.com >

가격검색·인터넷 주문 돕게 온·오프라인 통합매장 설치
온라인에 뺏긴 소비자 유치



올해 초 영국에서는 가전·미디어 부문 유통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했다. 영국 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였던 코멧(Comet)이 부도처리돼 240여개 매장이 폐쇄됐다.

카메라 소매점인 제솝스(Jessops), 세계적인 음반 유통사 HMV,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Blockbuster)도 1주일 사이에 줄도산했다. 모두 해당 업계를 이끌던 업체들이라 충격이 컸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수난은 끝이 아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온라인 유통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편리함에서 우선 오프라인 유통이 밀린다. 이들에게 더 큰 악몽은 ‘쇼루밍(showrooming)’이라는 새로운 소비방식이다. ‘쇼루밍족(族)’은 매장에선 제품 확인만 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사이트에서 한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온라인에서는 가격 비교를 통해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쇼루밍을 막으려고 온갖 방법을 쓴다. 호주의 한 식품유통 전문점은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에게 5달러씩을 받은 뒤, 이들이 실제 제품을 샀을 때만 돈을 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쇼루밍족을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비자는 최고의 쇼핑체험을 제공하는 업체를 선택할 뿐이다. 이를 이해한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을 매장에 끌어들여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 영국의 존루이스백화점은 기존 매장 절반 규모의 온·오프라인 통합 매장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제품을 구경할 뿐 아니라,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과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통해 정보 검색, 온라인 주문까지 할 수 있다. 제품 구매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체험이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화두가 된 ‘옴니 채널’과 같다. 옴니 채널이란 매장, 온라인, 카탈로그 등 여러 개의 채널을 전체적(omni)인 관점에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체험을 끊김없이 매끄럽게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메이시스백화점은 ‘가장 앞서가는 옴니 채널 유통기업’을 내세웠다. 지난 1월 유통업계 최초로 옴니채널 최고책임자(Chief Omnichannel Officer)를 임명한 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장에 재고가 없으면 바로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서치 앤드 센드(search and send)’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온라인 주문의 빠른 배송을 위해 매장을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센터로 활용하기도 한다. 메이시스백화점은 올해 실적 발표 때 온라인 성과를 따로 구분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온라인쇼핑몰)의 쇼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쇼루밍의 피해를 봤다. 하지만 올해 추수감사절 TV광고에서 스스로를 ‘최고의 명절 쇼룸’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지난해까지 ‘쇼루밍 타도’를 외치던 베스트바이가 쇼루밍을 오히려 매출 회복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베스트바이에 오는 사람의 15%는 구매 의사를 갖고 있고, 매년 6억건의 구매가 베스트바이 온라인쇼핑몰에서 이뤄진다. 고객들을 매장에 계속 머무르게 해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전략이다.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베스트바이 주가는 올해 초를 저점으로 상승세다.

쇼루밍은 이제 자연스러운 소비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이를 거부하기보다 끌어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jhwang@lgeri.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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