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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서민 위한다는 정치

입력 2013-12-01 21:11   수정 2013-12-02 05:21

입만 열면 서민 위한다는 정치인들
나 안찍어도 좋으니 중산층 되시라

정몽준 <국회의원·새누리당 mjchung@na.go.kr>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할 때 일이다. 울산의 일산해수욕장 상가를 둘러보다 한 주민과 대화를 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서민, 서민 하는데 그런 소리가 정말 듣기 싫다”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정치인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 너는 계속 서민으로 남아서 나를 찍으라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정치인들은 늘 서민을 위한다고 한다. 그렇게 말해서 손해날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울산의 그 분 말씀대로 서민을 계속 서민으로 남아 있게 하는 정치는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돕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기초연금 문제에서 잘못된 부분 중 하나는 대상 범위에 대한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내용인데 이것은 국민의 대부분을 ‘하위’로 규정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안 받아도 되는 사람들조차 이 하위에 끼이고 싶게 만드는 정책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고 도덕을 타락시키는 하책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는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목표는 앞으로 대부분의 국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것인데 ‘하위 70%’라는 용어는 대부분의 국민을 하위로 간주하는 것이니 앞뒤가 안 맞는다.

지금 정치권이 하는 일들 중에 많은 것들이 이런 식이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 많다. 예컨대 집을 여러 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남들은 한 채도 없는데 왜 그렇게 집을 많이 갖고 있느냐, 나쁜 사람 아니냐 하면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결국 집의 공급이 부족해져 전세나 월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

목표가 선하다고 항상 결과가 선한 것은 아니다. 흘러가는 강물에서 건너편으로 가려면 상류 쪽으로 배를 저어야 한다. 눈앞의 건너편만 보고 가다가는 하류로 쓸려가고 만다. 지금 당장의 표만 바라보고 국가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정치는 그야말로 하류 정치다.

다음에 나를 찍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서민 그만 하시고 중산층 되시라, 많은 국민들은 이런 정치인을 좋아할 것이다.

정몽준 <국회의원·새누리당 mjchung@n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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