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은 원장 "내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 기쁘지만 두렵기도…"

입력 2013-12-01 21:11   수정 2013-12-02 05:26

아산상 받은'원주의 슈바이처'…에세이 출간

1991년 원주 갈거리사랑촌 열어
22년간 노숙인 140만여명 돌봐
올해초 25년 운영한 병원 폐원
내년 의사가운 벗고 봉사에 전념



[ 백승현 기자 ] ‘내일/2013년 1월21일/부부의원 개원 25주년/그리고 며칠 뒤 2월15일 문을 닫는다/집도 사고 두 애들 교육도 시키고/갈거리사랑촌도 하고 있다/부부의원에서 얻은 소득의 결과다/이제 닫을 때가 되었다/이제 내 삶의 여정에서/잠시 긴 호흡을 하고/다시 새로운 길을 걸으려한다/부부의원/고마웠다’

최근 사회복지 분야 최고의 상으로 평가받는 ‘아산상’을 받은 곽병은 원주 밝음의원 원장(60·사진). 그가 지난 2월, 25년간 운영해온 병원 문을 닫기 전날 쓴 ‘부부의원’이란 제목의 시에는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며 살았던 남다른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산상 수상과 거의 동시에 출간된 자전 에세이 ‘140만 그릇의 밥’도 마찬가지. “병원 문을 닫으면서 25년간 써놓은 일기장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책이 나오기까지 한 열 달 걸렸는데, 그 시간은 먼 과거를 다녀오는 즐거운 시간여행이었습니다. 묘하게도 아산상을 받을 즈음에 책도 함께 나왔네요.”

곽 원장의 별명은 ‘원주의 슈바이처’.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의대 재학 시절부터 한센인들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고, 국군원주병원에서 군의관 복무 때는 노인요양시설과 장애인시설을 정기적으로 찾았다. 의사 아내를 만나 1989년 강원 원주시에서 ‘부부의원’을 개원, 운영하면서도 원주교도소 의무과장을 6년 동안 맡아 재소자들을 돌봤다. 그 공로로 2006년 제1회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다.

1991년에는 장애인과 노숙인들의 보금자리인 ‘갈거리사랑촌’을 열었다. 사재 5000만원을 털어 땅을 산 뒤 농가 세 채를 수리해 숙소를 만들어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무료급식소인 ‘십시일반’을 열었다. 자전 에세이 제목 ‘140만 그릇의 밥’은 그동안 십시일반에서 무료로 제공한 밥그릇 숫자다. 이뿐만 아니라 1998년에는 원주역 인근에 동사자 예방을 위해 ‘원주노숙인센터’를 짓고, 2004년에는 노숙인들의 재활을 위해 ‘갈거리협동조합’을 만들어 1인당 200만원 한도 내에서 무보증 무담보 대출을 해주고 있다.

곽 원장은 “그동안의 내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면서도 “너무 큰 상을 받아 두려움이 앞서지만 더 큰 일을 하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금 2억원의 용처를 물었다. “그동안 생각해온 것이 있는데, 아직 확정이 안 됐습니다. 2~3개월이면 윤곽이 나올 듯합니다만, 공적인 지역사업 하나를 새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곽 원장 부부는 지난 2월 25년간 운영해온 부부의원을 닫고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밝음의원에 취업했다. 부인은 오전, 곽 원장은 오후 진료를 맡고 있다.

“아내는 밝음의원에서 환자들을 보고, 저는 내년 중 갈거리사랑촌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병원 문을 닫아 시간도 많아졌으니, 건강도 좀 챙기고 갈거리사랑촌 일을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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