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폐허 위에 '옛 영광' 부활시킨 기적의 도시

입력 2013-12-02 06:58  

해외여행

독일 드레스덴

2차대전 폭격 성모교회, 평화상징 '부활'
루벤스·렘브란트 회화 가득 '츠빙거 궁전'
'군주의 행렬' 웅장한 위용 압도



[ 문유선 기자 ] 독일 남동부 작센 주의 주도인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젖줄, 엘베강을 중심으로 17세기 독일의 피렌체라 불릴 만큼 찬란한 영광을 꽃피운 아름다운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완전히 파괴된 폐허의 공간은 1953년부터 시작된 복원계획으로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드레스덴은 넘어졌다 일어서 다시 달리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기적의 도시다.

시간의 아우라를 복원하는 법, 성모교회

노이마르크트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창문을 열었다. 뭉게구름이 둥실 뜬 푸른 하늘 아래로 광장이 넓게 펼쳐졌다. 광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높이 96m의 돔형 첨탑으로 된 프라우엔 교회다. 우리말로 바꾸면 성모교회다. 바로크 건축물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성모교회는 독일 최고의 개신교회로, 완공 당시 바흐가 작센의 왕을 위해 직접 오르간 연주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1945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된 성모교회는 전후 반전을 상징하는 기념물로서 잔해더미 상태로 보존되다 1990년부터 시작된 복원운동으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드레스덴 시민들이 무너진 교회의 잔해 속에서 수습해 번호를 매겨 보관한 3800여개의 석재를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다시 메웠다는 대목이 감동적이다. 검게 그을린 한 귀퉁이와 크림색의 대리석, 드문드문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는 검은빛의 석재가 전쟁으로 얼룩진 교회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바로크 건축의 백미 츠빙거 궁전

노이마르크트 광장에서 타쉔베르크 거리를 따라 도보로 10분이면 츠빙거 궁전의 정문에 도착한다. 드레스덴의 문화와 예술이 가장 찬란했던 시기의 황제 아우구스트 2세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본 뒤 자극을 받아 긴 시간의 공사 끝에 완성한 궁전으로, ‘바로크 양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이다.

유려하고 웅장하게 우뚝 선 건물의 정중앙에 있는 크로넨문(왕관의 문)으로 들어섰다.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은 웅장하지만 궁전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디테일은 섬세하고 우아하다. 십자형의 넓은 뜰을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요정의 샘’이라는 연못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된 여인상이 있는 연못 앞에 서면 마치 목욕을 하고 있는 요정이 소원을 들어 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동전을 던지게 된다.

궁전 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는 북쪽 회랑 미술관인 알테 마이스터 회화관이다.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던 아우구스트 2세가 마구간을 개조해 전시한 데서 시작된 미술관으로, 루벤스·반다이크·렘브란트 등 거장들의 회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매년 5월과 6월 궁전 내 광장에서는 드레스덴 음악제가 열린다. 1870년 창단된 이래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등 수많은 거장들이 자신의 곡을 지휘한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공연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저명한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음악축제다. 츠빙거 궁전에서 나와 엘베강 쪽으로 200m 정도 걸으면 국립 오페라 극장인 젬퍼오퍼가 보인다. 젊은 시절 젬퍼오퍼의 지휘자를 역임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가 초연된 곳이기도 하다.

군주와 함께 걷는 길

젬퍼오퍼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군주의 행렬’은 12세기부터 작센 왕들이 살던 레지덴츠 궁전의 일부인 슈탈호프의 외벽 101m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다. 1127년부터 1910년까지 작센을 통치했던 35명의 군주가 말을 타고 행진하는 장면을 이어 그린 벽화를 올려다보면 웅장한 위용에 압도된다. 구시가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면 아우구스투스 거리를 찾으면 된다. 거리 끝 지점에서는 외벽과 첨탑을 둘러 수많은 석상이 성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는 아름다운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바로크 양식과 로만 양식이 혼재된 궁정성당(호프 키르헤)에는 독일 최초의 오르간 제작자인 질버만이 1755년에 만든 오르간과 1722년에 만들어진 로코코 양식의 설교단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가 질 무렵 브뢸의 테라스로 향했다. 18세기 작센의 백작이었던 브뢸이 엘베강 건너편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보던 곳이다. 여기서 신시가지의 전경과 구시가지의 주요 건축물이 모두 보인다. 테라스에서 내려와 신시가지로 이어지는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건넜다. 반짝이는 구시가지가 엘베강 물결 위로 일렁이며 속삭인다. 중요한 것은 새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을 소중히 지키는 것이라고.

드레스덴(독일)=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여행팁

현재 드레스덴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인천에서 직항을 운행하는 독일 주요 도시(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통화는 유로를 사용한다. 해마다 5월과 6월 사이 열리는 드레스덴 음악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음악제 홈페이지(musikfestspiele.com)에서, 독일 여행 상세 정보는 독일관광청이 운영하는 한국어 사이트(germany.travel)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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