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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생략하고 건너뛰고…생뚱맞은 전쟁역사극

입력 2013-12-03 21:21   수정 2013-12-04 09:16

리뷰 -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 송태형 기자 ]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은 원래 리뉴얼 공사 중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재개관작으로 제작됐다. 신예 작가 김지훈과 중견 연출가 김광보의 만남, 이호재 오영수 길해연 김재건 정태화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하지만 공사 지연으로 개막을 3주 정도 남기고 공연장이 국립극단 전용극장으로 바뀌었다. 예매를 통해 관람권이 상당 부분 팔린 시점이었다. 이로 인해 관람권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앉아 있기 불편하고 방음장치도 부실해 시설 좋은 공연장에서 관람하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다만 객석 규모에 비해 공연장 구조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무대 구성과 연출은 인상적이다. 후방 공간까지 관 모양의 나무 상자를 겹겹이 쌓아 산을 형상화한 계단식 무대를 분할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극은 ‘새벽밥을 먹고 세운 나라가 저녁밥을 먹을 무렵 망한다’는 난세가 배경이다. 나라를 세운다는 미명 아래 허황된 건국신화를 만들어내고 전쟁과 살상을 자행하는 도련님과 그의 군대, 본의 아니게 산봉우리 전쟁터를 훔친 화전민 여인들을 대립시켜 피로 물들어 온 인간 세상의 원형과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극은 속도감 있고 촘촘하게 흘러가지만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다. 당초 4시간짜리 대본을 2시간으로 줄여서일까. 건너뛰고 생략한 부분이 많아 정리하기 쉽지 않다.

공연장을 나온 관객들이 주고받는 감상평 중에는 “연극이 형이상학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극 중 문관들이 수없이 외치고 머리를 조아려 숭배하는 ‘형이상학’의 본래 의미가 아니라 ‘극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렸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1만~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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