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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메이커 MD의세계⑤]'명품 좋아하는 男子' 김정훈 MD의 발칙한 성공기…"디자인이 가격을 이깁니다"

입력 2013-12-05 10:33   수정 2013-12-05 14:34

장기불황에다 '규제 허들'까지 높아지면서 유통업계는 날마다 울상입니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솔로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했고 합리적인 소비로 자체 브랜드(PL·PB) 개발도 봇물을 이룹니다. 진열대와 TV, 온라인·모바일 구분없이 오늘날 판매경쟁은 손바닥 위에서도 치열합니다. '21세기 베니스의 상인'으로 불리는 MD(merchandiser)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꾸준한 영업력이 곧바로 유통채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불멸의 '맨파워'로 쓰러져가는 유통기업까지 일으켜 세운 MD의 밤낮 없는 활약상을 생생히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편집자 주>

[ 정현영 기자 ] "몸 안에 디자인만 보는 아줌마가 앉아있다."
"8년 동안 전세계 명품 4560개 팔아치운 유일한 MD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이던 병행수입 공식을 박살낸 홈쇼핑 전환기의 주인공이다."

에르메스 구찌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끌로에 디올. 전세계 163개 명품(名品) 브랜드만 들여와 8년 간 4723억 원(올해 10월13일 기준) 어치를 판 김정훈 현대홈쇼핑 패션사업부 미용잡화팀 차장(41·사진). 그를 두고 GS샵과 롯데홈쇼핑 등 경쟁사 '간판' 쇼핑호스트들이 한 말이다.

또 다른 이름도 있다. '히스토리 명품 제조기'다. '디즈니랜드를 건설한 월트 드즈니도 샀다'고 해서 입소문을 탄 이탈리아 브랜드 보욜라(Bojola)의 장인을 1년 가까이 찾아가 직접 가방을 들여오기도 했다. 보욜라는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장인이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가방을 만드는 한 곳뿐인 피렌체의 가게다.

값비싼 명품만 두르고 있을 것 같았지만 평소엔 SPA브랜드(저렴한 패스트패션) 매장에서 꼼꼼히 옷을 골라 입는다는 그를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홈쇼핑 본사에서 만났다. 늘 아내의 옷도 골라준다는 그는 "가격을 이기는 디자인과 반드시 히스토리가 담겨있어야 한다"라고 자신의 명품관(觀)을 잘라 말했다.

◆ 단 한번 해외연수로 '패션 충격'…태평양·한세실업·현대百 거쳐 명품 전문 MD로 성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지만 김 차장은 일본이 아닌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일본어 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밟은 미국땅에서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전혀 접해보지 못해본 명품 브랜드를 접하고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남자아이였지만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물론 대학 동기들도 옷을 골라달라며 저를 꼭 데리고 다녔죠. 20여년 전엔 서울 반포동 부근에 뷰티샵들이 많았어요. 그곳에서 쇼핑하고 다니다가 전세계 명품 브랜드를 처음 본 거죠.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첫 직장이던 태평양에서 1년 정도 화장품 관련 업무를 맡아온 그는 적성에 맞지 않아 곧바로 한세실업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설계개발생산) 전문이라서 역시 오래 다니지 못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이후로는 패션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요. 한세실업에 들어갔지만 같은 옷만 대량으로 만들어 납품하니까 금방 지루하더라구요. 이직한 지 다시 1년쯤 지났을 때 현대백화점에 다니던 대학 동기가 압구정 본점에서 경력 직원을 뽑는다고 귀뜸해주더군요. 다행히 동기 덕분에 한 자리에서 여지껏 일해온 셈이죠."

현대백화점 의류패션팀에서 명품팀으로 인사 발령이 났고 이 때부터 명품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특징 그리고 브랜드명과 배경 등을 닥치는 대로 배웠다. 이후 2002년 본점에서 연간 4000만원 이상 쓴 VIP 고객들을 회원제로 집중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자스민 클럽' 태스크포스(TF)팀에 들어갔다가 일어와 영어 능력을 인정받아 현대홈쇼핑 해외 MD로 뽑혔다.

"해외 MD 자리는 그 당시 경쟁률이 아주 높았어요. 운좋게 해외 MD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클럽노블레스' 명품 전문 MD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클럽노블레스는 현대홈쇼핑의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2002년 11월 6일 첫 방송한 명품 전문 고정프로다. 그는 지난달 1100여회를 넘긴 이 방송을 300회부터 도맡아왔다.

◆ '다 무너진' 에트로만 730억 팔아…누적매출 4723억·브랜드수 163개·상품수 4561개

가장 먼저 그는 '시들시들해진' 인기로 판매 실적이 저조했던 에트로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세계 고지도 문양 패턴으로 잘 알려진 프리마클라쎄 역시 김 차장의 손을 거쳐 국내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경우다.

"명품 전문 방송이지만 100% 병행수입(Parallel Import)이라서 이익구조가 굉장히 좋지 않았어요. 물론 물량 확보는 더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2008년부터 직접 에트로를 시작으로 1년에 한 곳씩 발리, 오일릴리, 멀버리, 제옥스 등 공식수입원을 찾아가 끈질기게 들여왔어요. 한 마디로 이들의 백화점 물량을 TV 안에서 판매한 셈이죠."

'홈쇼핑 업계의 전환점'으로까지 회자되고 있는 그의 시도는 사실상 병행수입 구조를 보기좋게 허물고 매출을 올린 보기드문 사례다. 병행수입은 해외 유명브랜드의 가격구조·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독점적인 수입총대리권자 이외의 수입자가 제조국이 아닌 제3국이나 자유무역항 등을 거쳐 수입을 허가해 주는 제도다.

"첫 성공작은 에트로였어요. 에트로를 방송하면서 한 해 평균 50~100억 원 정도 벌어들였죠. 오프라인 매장 3~4곳의 실적을 모두 합한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기준으로 클럽노블레스의 브랜드별 1등 실적도 에트로(약 732억 원)가 차지했다. 프리마클라쎄(414억 원) 버버리(352억 원) 제옥스(342억 원) 헤리티지(263억 원) 오일릴리(212억 원) 펜디(180억 원) 파비오페레티(153억 원) 발리(148억 원) 구찌(101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방송분은 지금까지 약 1940시간, 누적매출액은 4723억 원, 상품수와 고객수(순주문 1회 이상)는 각각 4561개와 138만4058명에 이른다. 방송을 거친 역대 쇼핑호스트도 업계에서 유명해진 유난희, 김선희씨 등을 비롯해 17명에 달한다.

◆ 역발상으로 '대박' 터진 특별전…"'9시 뉴스'처럼 일주일 동안 팔아보고 싶었다"


홈쇼핑 업계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세로(시간별) 편성'을 '가로(일별) 편성'으로 시도해 소위 '대박'을 낸 주인공도 김 차장이다. 2008년 이후 그 시험 방송은 매년 4월과 10월 일주일 간 '특별전'으로 꾸려지고 있다.

"꾸준히 확보해 둔 명품을 쌓아두고 세로 편성으로 하루에 2~3차례 3시간 가까이 방송했는데 뒤로 갈수록 매출이 쪼그라들었어요. 고육책으로 '9시 뉴스'처럼 날마다 오전 11시에 일주일 동안 팔아보자고 밀어붙였죠. '혼자 방송한다'고 비난도 많았어요. 다행히 첫 방송 5일 동안 하루 평균 판매달성률이 180%를 웃돌았죠."

인지도가 낮은 명품도 그의 손을 거치면 유명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다. 이탈리아 1위 신발 브랜드로 우뚝 선 제옥스와 프리마클라쎄 등이 대표적이다.

"제옥스는 첫 방송 시기에만 해도 인지도가 없어서 대부분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 안에 매장 50곳 이상 가지고 있죠. 세계 고지도가 그려진 프리마클라쎄 매장도 방송 당시 국내엔 단 한 곳뿐이었죠. 이제는 에트로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더 많아요."

◆ 명품 MD의 마지막 도전 "패션 쪽에서 '한국의 명품'을 찾아내고 싶다"

그의 마지막 도전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명품'을 찾아내는 일이다.

"인생의 목표는 분명해요. 패션 분야에서 '한국의 명품'을 찾아내는 것이죠. 만약 찾아낼 수 없다면 'CEO 마인드'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수 십년이 흘러도 한국의 명품 브랜드로 불리고 전세계인 주문해 구입하는 상상을 가끔씩 해봅니다."

미래의 '한국 명품'은 디자인에 반드시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8년 동안 명품 전문 MD로 일해오면서 얻어낸 확신이 있다면 '디자인이 가격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에요. 역사와 전통이 담긴 디자인은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구입할 만한 '자기만족' 이상의 가치를 채워주기 때문이죠."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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