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로 권력 승계 끝났지만 불안정성 커져"…국정원장이 밝힌 김정은 체제 2년

입력 2013-12-06 21:01   수정 2013-12-07 04:57

장성택이 비자금 관리…외화 횡령·이권다툼
경제특구 외자유치 미흡…당·군·내각 100여명 교체



[ 조수영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2년 리더십을 평가하는 발언들을 내놨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김정은은 권력 승계를 마무리했으며 ‘물갈이’를 통한 1인 독재체제를 강화했다는 게 요지다. 그 수단으로 공포정치를 동원했다고 국정원 측은 보고했다.

○김정은, ‘내사람 심기’ 마무리

국정원은 김정은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40~50대 젊은 간부를 등용하면서 노동당 부부장급 이상 40여명, 내각 30여명, 군단장급 이상 20여명을 교체했다고 보고했다.

남 원장은 최근 국정원이 제기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 역시 이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장성택이 실각한 징후가 농후하다는 판단을 재확인했다. 장성택의 오른팔·왼팔에 해당하는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주의와 경고가 필요한 제한된 인원들이 모인 상태에서 공개 처형됐다고 했다. 또 장성택의 매형과 조카가 강제 소환됐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남 원장은 장성택이 지난해 김정은의 공개행사 76%를 수행했다가 올 들어 30%로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실각설의 원인과 관련해 “장성택은 김정은 비자금도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권 다툼이 있거나, 당 행정부가 월권을 했거나, 보위부가 비리를 적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전 문제는 외화 횡령”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택 실각설로 북한 지도부 내 기류는 적지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 원장은 “김정은을 맹종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장악력을 확대해 갈 가능성이 크고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간부들 중심으로 충성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포통치’로 인한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남 원장은 북한에서 올해 40여명이 공개 처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7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본보기식 처형’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피로감 및 복지부동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남 원장은 “공포정치로 권력기반이 공고화하고 있다”면서도 “외관상 김정은 사람,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 승계가 완료된 것으로 보이나 불안정성도 증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서북도서 무력 강화

김정은이 집권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선 조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4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등 외자유치를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혁의지가 없는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부 수혈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남 무력 능력은 대폭 강화됐다. 다연장포 200문 가운데 서부 전선에는 주로 122㎜ 방사포가 집중됐고 일부는 북방한계선(NLL) 북방에 240㎜ 개량형 다연장포를 혼합 배치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또 핵물질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을 수차례 했고 핵미사일 확충에 주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 원장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장성택 측근의 중국 망명설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들이 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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