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3-12-20 06:58   수정 2013-12-20 10:34

column of the week - 브라이언 웨스베리 < 퍼스트 트러스트 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


[ 이정선 기자 ]
1930년대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퇴치하기 위해) 통화 공급을 줄였다. 통화가 부족해지자 적어도 150곳의 지역사회에서 상업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유의 임시 통화를 찍어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중 아무것도 제대로 유통되지 못했고, 결국 모두 사라졌다.

최근 Fed가 양적완화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찍어낸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민간 온라인 시장에선 ‘비트코인’이란 이름의 글로벌 가상화폐가 탄생했다. 이 가상화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통화정책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트코인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실물화폐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7년간 법정공방을 벌였던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 시장이 현재보다 100배 증가한 4000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에 있는 한 고급 브랜드 자동차 판매 딜러는 전기자동차 테슬라S와 람보르기니 갈라도 같은 차를 팔 때 비트코인을 받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코드를 생성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채굴’된다. 이 코드로 얻게 된 비트코인은 온라인 거래에 이용된다.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은 전체 숫자가 증가하면서 날로 복잡해져 비트코인 채굴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트코인 최대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 현재 약 1200만개의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이 비트코인이 더욱 광범위하게 통용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비트코인 가치는 몇 주 전 한때 1비트코인당 1200달러 이상으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포털사이트 기업 바이두닷컴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가치가 급락했다. 요즘은 1비트코인당 9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갖춰야 할 기준을 상당 부분 지니고 있다. 거래의 매개체도 있고 자체적인 회계 단위도 있다. 화폐가치 저장 기능도 있으며 지불 유예 관련 규칙도 있다. 하지만 특정 재화가 진정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거래의 상대방이 해당 재화의 교환가치를 인정해야만 한다.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환가치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스콘신주의 한 마을에 사는 이발사가 자기 가게에서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치자. 그리고 이 사람이 그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비트코인으로 밥을 사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비트코인이 원활하게 유통된다면 적어도 이 구역 내에선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이나 중국에서도 비트코인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 해외까지 갈 것도 없다. 미국 시카고의 가위 회사에다 비트코인을 받으라고 한다고 해서 과연 그 말을 들을까. 앞에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딜러는 겉으로는 비트코인을 받고 자동차를 팔았다. 하지만 실은 비트코인을 받은 게 아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을 먼저 미국 달러라는 실물화폐로 바꿨기 때문이다.

진정 대체 통화가 되려면, 보통의 비즈니스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 비트코인이 사회적으로 획을 그을 수 있을 정도로 폭넓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비트코인은 항상 잠재가치가 액면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거래될 것이다. 현재 미국 은행시스템에서 시중 통화량은 총 11조달러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만일 비트코인 2100만개가 모두 채굴돼 통화수단으로 인정받는다고 가정할 때, 비트코인 가치는 1비트코인당 52만4000달러가 된다.

이건 현재 비트코인 가치를 감안할 때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실제 거래를 위한 지불수단으로 통용할 회사들이 창출할 총 매출, 즉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01%도 안 될 것이다. 화폐는 재화와 용역, 그리고 그걸 얻을 수 있는 매개자산으로부터 교환가치를 얻게 된다. 이걸 따지면 비트코인의 실제 가치는 1비트코인당 52.4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코드 저장을 위한 컴퓨터 서버 공간, 이 컴퓨터를 구동하는 전력, 해킹을 차단할 보안 체계가 필요하다. 또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쌍방 모두 암호화를 위한 고도의 계산능력이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 거래 중개소가 있고, 비트코인 시장을 만들어내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유형이며, 미래를 예측할 만한 적절한 금융 실적 기록도 없다. 비트코인은 불법 거래도 용이하게 한다. 비트코인의 세계는 마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깨끗하다고 볼 수도 없다.

비트코인 생산이 진정 2100만개로만 한정될 수 있을까. 해커들의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화폐 공급량을 늘리려는 유혹은 로마제국 시대부터 강렬했다. 이런 비싼 대가와 질문들은 비트코인의 향후 가치 영속성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적인 충격을 던진다.

비트코인이 진정한 통화 대체재가 되려면 대다수 기업과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 이상으로 안전해야 한다. 운반도 가능해야 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이런 어떤 요구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것이 미국 달러 가치로 실제 호환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거래되는 이유다.

만일 비트코인이 언젠가 대안통화로서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비트코인의 잠재적 가치는 1비트코인당 52만4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이다. 마약 거래상이나 또 다른 사악한 이용자들이 웃돈을 얻어주고라도 비트코인을 쓰고 싶어한다면 그 가치는 더 급등할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이 정말 성공하려면 현재 존재하는 모든 실물통화와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그것이 비트코인이 정식 통화로서 승인받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높은 장벽이다.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브라이언 웨스베리 < 퍼스트 트러스트 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

원제=How Much Does that Burger Cost in Bitc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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