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평균 3.8개 계열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곳에 이사로 등재돼 있는 총수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으로 12개인 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단 한곳에도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또 대기업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부결된 안건은 0.07%에 그치는 등 내부 견제장치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3년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정보'를 공개했다.
◆ 그룹총수 계열사 이사 등재…신격호 12곳, 이건희 0곳
올해 4월 말 현재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41곳(계열사 1429개)의 전체 등기 이사 5923명 중 총수 일가는 524명으로 8.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0.4% 감소한 것이다.
총수의 이사등재 비중은 2.65%(157명)로 지난해보다 0.04% 줄었다. 친족의 이사등재 비중도 6.20%(367명)로 지난해보다 0.27% 감소했다.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아그룹으로 계열사 23곳 중 18곳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이어 부영, 한진중공업, 현대 순으로 높았다.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회사의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계열사 76곳 중 1곳에만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사장만 호텔신라의 등기이사로 등재해 있다. 이어 신세계, 이랜드, 미래에셋 순으로 낮았다.
총수들은 평균 3.8개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현대중공업, 두산, 신세계, LS, 대림, 태광, 이랜드 등 8개 집단의 총수는 단 한곳의 계열사에도 이사 등재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롯데, 현대, 영풍 등 3개 집단에서는 총수가 10개 이상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등 총 12개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돼있다.
◆ 사외이사는 '거수기'?…부결 안건 0.07% 그쳐
대기업집단 상장사 238개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48.7%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총수가 없는 집단의 사회이사 비중은 49.6%로 총수가 있는 집단의 비중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1.1%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총수가 없는 집단의 이사회 참석률은 95.0%로 총수가 있는 집단보다 4.3%포인트 높았다.
최근 1년간 대기업집단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6720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25건(0.37%)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결된 안건은 5건(0.07%),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20건(0.3%)에 그쳤다.
소액주주 권한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를 도입한 대기업집단 상장사 비율도 각각 6.3%, 10.9%에 그쳤다. 전자투표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 한곳도 도입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임시주총 소집, 이사 해임 청구 등 소수 주주권이 행사된 사례는2대 주주(쉰들러그룹)가 주주권을 행사한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면 한화, 케이티 등 사실상 6건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집단은 총수가 이사로 전혀 등재하지 않는 등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 추궁이 어려운 지배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소수주주의 주주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주에 의한 경영 감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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