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기로에선 '양치기 소년'들

입력 2013-12-29 21:03   수정 2013-12-30 04:49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좋은일터연구소장 upyks@hankyung.com>


[ 윤기설 기자 ] 철도파업 참가 노조원들이 많이 동요하는 모양이다. 명분 없는 불법파업이 20일을 넘으며 장기화되자 이탈자도 많아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29일 오전 10시 현재 전체 파업노조원 8802명 가운데 24.7%인 2177명에 달한다. 그동안 별 동요가 없던 기관사들의 복귀도 113명(기관사 중 4.2%)으로 늘고 있다.

노조 지도부를 믿고 파업전선에 합류한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판세가 굴러가자 무척 당황하는 것 같다. 파업 4주째를 맞았지만 노조가 얻은 성과는 아무 것도 없고, 경제적·정신적 타격만 입을 판이다. ‘무노동·무임금원칙’ 적용으로 임금손실이 만만치 않다.

외부세력은 되레 손실 키울 뿐

지도부의 무모하고 잘못된 투쟁방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노동현장에서 수없이 봐 온 터다. 노조 지도부가 종교시설 정당 노동단체 등을 이용하며 산개(散開)투쟁을 벌여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외부세력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 적은 별로 없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2003년 6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철도파업은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 공사화 반대 등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번에는 “왜 이리도 강경하십니까. 대화와 타협이 먼저여야지, 공권력이 먼저여서는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문 의원만 그런 건 아니다. 정치인들의 속성이 대체로 그렇다. 노동단체의 동조파업도 도움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을 합법파업으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파업 대열에서 이탈하고 싶어 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지금 조합원들은 ‘왕따’가 두려워 지도부 눈치를 살필 뿐이지, 파업이 좋아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조 지도부는 ‘출구전략’을 빨리 짜야 한다. KT, 발레오전장코리아, 상신브레이크, GS칼텍스 등 많은 노조들이 장기파업 뒤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돼 지도부가 바뀌고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끈기 갖고 원칙대응해야

철도노조의 파업 배경을 알게 된 국민도 노조에 등을 돌리고 있다. 철도노조원들의 평균 연봉은 6916만원으로 전국 정규직 근로자 평균연봉(3052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선박항해사(4300만원), 고속버스 운전기사(4000만원), 시내버스 기사(3600만원) 등 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고임금 노조원들이 수서발(發) KTX사를 공기업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 “민영화 전 단계” 운운하며 반대하니 국민들의 비판이 높아진 것이다.

코레일은 부채가 17조원에 이르는데도 매출의 46%를 인건비로 쓰고, 성과급도 해마다 1000억~3000억원씩 나눠 가졌다. 철도노조는 2002년 2일간, 2003년 5일간, 2006년 4일간, 2009년 8일간 파업을 벌이는 등 파업이 습관화된 곳이다. 불법파업으로 파면·해고된 직원이 일정기간이 지나 복직되는 등의 솜방망이 대응 탓으로 불법파업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이번에도 이면합의나 적당한 타협으로 사태를 덮고 넘어가게 되면 철도개혁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끈기를 갖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좋은일터연구소장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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