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GDP 못 쫓아가는 소비 증가율…내수 비중 86→75%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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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07 21:05   수정 2014-01-08 03:55

[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GDP 못 쫓아가는 소비 증가율…내수 비중 86→75%로 '추락'

성장 궤도 이탈한 소비 역주행

외환위기 후 엇박자…카드사태로 소비회복 '찬물'
2013년 수출 성장기여 1.3%P…내수는 0.7%P 그쳐



[ 김유미 기자 ]
내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내 수요’다. ‘내수가 탄탄하다’는 것은 가계와 기업 등이 소비와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충분히 돈을 썼다는 뜻이 된다. 해외 수요를 뜻하는 수출과 함께 내수는 국가 경제를 이루는 중심축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많을수록, 이들의 구매력이 높을수록 내수는 커진다”며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민간소비 증가율과 거의 똑같이 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쪽 다리로 버틴 한국 경제

그런데 이 당연한 공식이 한국에선 언제부터인가 통하지 않았다. 경제가 커졌는데 내수는 쪼그라든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내수 비중은 7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2.7%보다 7.3%포인트 낮았다. 이는 2000년 86.5%에서 11.1%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OECD 평균 내수비중이 1.0%포인트 내린 것과 비교하면 유례없는 폭락이다.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등 한국 경제의 밀레니엄이 겉보기엔 화려했지만, 속으로는 영양실조로 허덕이고 있었던 셈이다.

골골대는 내수 대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수출이었다. 기재부가 산업연관표 분석을 통해 각 부문 성장기여도를 산출해보니, 2012년 GDP 증가율 2.0% 가운데 1.3%포인트가 수출에서 비롯됐고, 내수는 0.7%포인트 기여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엔 내수가 성장률을 0.4%포인트 깎아 먹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이라는 외다리로 위태롭게 버텨왔다는 얘기다.

○한국 내수의 수난사

절름발이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숙명일까. 그렇지 않다.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의 드라이브를 걸었던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내수는 순조롭게 성장했다. 특히 내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추이는 GDP와 똑 닮았다.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다. 1990~1997년 연평균 GDP 증가율은 7.5%로 민간소비 증가율 7.4%와 거의 같았지만, 1997년 이후 연평균 4.0%, 2.9%로 격차가 벌어졌다. 국민들의 구매력, 다시 말해 소득이 경제성장 속도를 못 쫓아간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였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장사를 하는 추근성 씨가 1999년까지 다니던 건설회사는 매출 200억원의 중견기업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수주가 끊겨버리고 추씨의 회사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1998년 들어선 5개월간 월급을 못 받았다. 사장은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회사를 살리려고 했지만 결국 2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길거리로 나와앉았다.

정리해고가 잦아지면서 실질임금 증가율은 1997~2011년 연평균 1.5%로 머물렀다. 그 이전(1993~1997년)엔 5.7%에 달했었다. 추씨는 “위기 이전엔 배관공이 한 달에 800만~1000만원을 벌어갈 정도였지만 그런 고임금 시대는 다시 오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한 푼이 급했던 그는 카드사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 채권추심 업무를 시작했다. 차량유지비는커녕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고, 연 2000만원 수입에 감지덕지했다. 물가상승률이 7.5%(1998년)에 달해 외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세 번의 악재가 남긴 경기 불감증

회복되던 민간 소비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2003년 카드사태였다. 소비 촉진을 위한 신용카드 장려정책은 집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겼다. 가계저축률이 급락한 탓에 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웠다.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타격을 받았다. 추씨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지만 생계는 마이너스였다. 결혼 직후 생계가 어려워지다 보니 모은 돈도 없었다. 앞날이 불투명한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고 빈대떡 집에 뛰어든 이유였다.

세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GDP 가운데 가계소비 비중은 1990년 59.5%에서 2012년 51.1%(OECD 집계)까지 추락했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 같은 수출 중심 국가인 독일은 1990년 59.8%로 한국과 비슷했지만 여전히 56% 선을 지키고 있다. 일본의 가계소비 비중은 56.7%에서 59.5%로, 미국은 63.4%에서 68%로 오히려 올랐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계소비 몰락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며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회복조짐이 뚜렷한 것은 가계소비가 건재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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