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령화 시대…배우자 생계권 보장 확대

입력 2014-01-09 20:54   수정 2014-01-10 07:17

고령화 시대…배우자 생계권 보장 확대

'개인 재산권 제한' 위헌 소지



[ 양병훈 / 정소람 기자 ] 법무부 산하 민법(상속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가 선취분과 관련해 피상속인(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자)의 유언을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배우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는 피상속인이 “자녀에게 모든 재산을 주라”고 유언을 남겼을 때 배우자가 주장할 몫은 최대 30%였지만 이 방안이 통과되면 65%로 늘어난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유언 없이 사망했을 때 배우자는 자녀의 상속분에 50%를 가산해서 ‘법정상속분’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자녀가 1명일 경우 1.5(배우자):1(자녀)의 비율로, 2명일 경우 1.5:1:1의 비율로 분배된다. 배우자가 가져가는 몫은 자녀가 1명일 때 최대 60%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특정인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라”고 유언을 남겼다면 배우자에게 가는 몫이 확 줄어든다. 법정상속분 방식이 아닌 유류분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류분 방식은 ‘유언이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근친자를 상속 대상에서 배제했을 때 이들에게 상속액의 일정 부분을 강제로 떼주는 것’을 말한다. 민법 1112조에 따르면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자녀가 1명인 배우자에게는 법정상속분(60%)의 절반인 30%가 강제 할당된다.

추진안 대로 민법 ‘1008조의 4’가 신설될 경우 배우자가 유언을 거스르고 주장할 수 있는 몫은 최대 65%까지 늘어난다. 이 안에는 ‘배우자의 선취분을 재산의 절반으로 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피상속인의 유증(유언에 의해 물려주는 재산)은 선취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배우자는 선취분인 50%를 일단 떼간 뒤 나머지 절반만 다른 상속자와 나눌 수 있다. 분과위 관계자는 “유언으로 선취분을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 넘길 수 있게 되면 선취분 조항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설명했다. 분과위의 이 같은 개정안은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재산을 처분할 권리를 절반이나 제한하는 것이어서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고령의 배우자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재산처분권 제약이라는 불이익을 피상속인에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정률 파트너변호사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자기 뜻대로 상속하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법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법상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기 때문에 국회 입법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영미권 국가들의 입법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분과위 관계자는 “선취분은 ‘재산 절반은 원래부터가 배우자 몫’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재산권 제약으로 볼 수 없다”며 “황혼 재혼을 했을 때는 선취분의 비율을 줄이는 조항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양병훈/정소람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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